유아용 그림책 ‘구름빵’에 얽힌 불공정계약이 화제다. 도롱도롱 비가 내리던 날, 나무 위에 걸린 작은 구름 한 조각을 걷어다가 따뜻한 우유를 붓고 작고 동그랗게 빚어낸 동화 구름빵 이야기. 달콤하고 구수한 설탕향, 이스트향이 절로 날 것 같은 이 예쁜 이야기의 이면은 동화처럼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이제는 어른이 더 좋아하는 이야기지만, 초창기에는 아동도서로 분류되었던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글을 쓸 만한 공간이 없어 커피숍 의자에 세를 내어 집필했던 이 마법사들의 이야기는, 한순간에 가난한 영국의 무명작가 조앤롤링을 세기의 부자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부렸다.

하지만 구름빵의 저자 백희나 작가에게 이 이야기는 마법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꿈결 같은 필력으로 어린이와 부모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아 단번에 높은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TV 애니메이션, 팬시상품과 뮤지컬 등의 2차 콘텐츠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은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또 다른 황금기를 누린 조앤롤링의 해리포터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원작자인 작가에게 지급된 수익은 천양지차였다.

4억 50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와 2차 콘텐츠의 수익 창출로 1조 원의 단독 수입을 받게 된 조앤롤링과 달리, 4400억 원이라는 고수익을 창출한 백희나 원작자에게 돌아간 수익은 고작 1850만 원이었다.

영국 작가 조앤롤링과 달리 그녀가 이토록 부당한 대접을 받게 된 원인은 국내 출판계의 썩어빠진 관행 때문이다. ‘매절 계약’이라 불리는 불공정계약이 4400억 원의 가치를 가진 구름빵을 주인 잃은 아이로 둔갑시켰다.

그렇다면 이 매절계약이란 무엇인가. 특정한 사례의 원고에 조건부 계약을 걸어 초기에 일정 부분만 원고료를 지급하면 이후의 모든 수익은 출판사가 독차지하고서 작가의 저작권을 귀속하는 것이다. 특히 권리 행사가 어려운 무명의 작가인 경우 이 매절계약에 발이 묶여 2차 콘텐츠의 수익을 모조리 빼앗기게 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엄연히 불공정계약임에도 국내 출판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남아있었으니 피해자는 백희나 작가 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학습 만화에서 어른들의 검은 뒷거래가 원작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일 또한 즐비했다.

네티즌 사이에서 대표적인 매절계약 희생양인 구름빵이 거론된 이유는 다행스럽게도 밝은 전망에서 비롯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국내의 대표 출판사 20군데를 상대로 창작자의 목을 옥죄는 저작권 양도 계약서와 출판권 설정 계약서 내부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계약 기간을 무한으로 자동 갱신하는 터무니없는 불합리 약관 또한 사라졌다.

창작자에게서 저작권을 뺏는 터무니없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뒤늦게라도 시정될 움직임에 반갑기 그지없다.

한편 백희나 작가는 그녀의 또 다른 작품 ‘달 샤베트’ 또한 어느 걸그룹 소속사가 작가의 동의도 묻지 않고 ‘달샤벳’이라는 그룹명으로 데뷔해 또 다른 을의 피해를 입었었다. 작가는 기꺼이 다른 그룹명을 지어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었으나 소속사는 이를 거절했다.

달샤베트와 구름빵. 포근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정작 상처로 얼룩졌을 창작자의 비애가 안쓰럽다. 부디 불합리한 관행이 뿌리 뽑혀 창작자의 권익이 보호받을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만든 창작물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2차 콘텐츠로 제작되는데도 웃지 못하고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백희나 작가의 마음 또한 가볍고 상쾌해지길 바랄 뿐이다. 한 입 먹으면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다는 구름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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