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돌연 사퇴한 이길영 이사장(사진=KBS)
KBS 이길영 이사장의 ‘건강상의 이유’를 들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갑작스런 일이라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보도 등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KBS의 꼬삐를 쥘 강력한 이사장이 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특정 인사의 자리 만들어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7일 KBS 정기이사회에서 이길영 이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 두고자 한다”며 “2년 이사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사회 전체를 조화롭게 뜻을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 반성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11명의 이사들이 표결할 때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한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방송법> 제47조(이사의 임기)는 이사의 결원이 있을 때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보궐이사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여권 몫)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방송법> 개정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캠프와 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들은 배제된다.

KBS 이길영 이사장의 돌연 사퇴…건강상의 이유?

이길영 이사장의 경우, 임기를 1년 남겨 둔 상황이라 갑작스런 사퇴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개인 비위라는 의혹에서부터 여권 이사들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 KBS 사장 선임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로부터 암묵적 차기 사장으로 선택받은 홍성규 후보를 사장으로 올리는데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런 가운데, 이길영 이사장이 사의 의사를 밝힌 이사회 발언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사의 표명을 하며 ‘조화롭게 뜻을 맞추지 못한 것’, ‘소신표결’ 등을 언급했는데, 이는 KBS 길환영 사장의 해임과 현 조대현 사장 선임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이사회 장악능력’을 의심받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사퇴배경으로 지목되는 KBS 사장 선임과정에서 홍성규 후보(전 방통위원)를 관철시키지 못한 데에 따른 사실상의 경질에도 무게를 싣는다. 앞서, 지난 7월 9일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표결에서 현 KBS 조대현 사장은 과반 6표를 얻었다. 반면, 홍성규 후보는 5표를 받았는데 당시 이 이사장은 홍 후보를 밀었으나 다수결에서 탈락했다.

KBS의 한 내부 관계자는 이길영 이사장의 ‘소신표결’이라는 발언에 대해 “KBS 사장 선임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또한 이 이사장의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라는 부분에 대해 “윗선으로부터 어떠한 (사퇴에 대한 질타 등 어떠한) 언질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발언”이라며 “이 이사장이 물러나는 배경에 말들이 무성한데 이 같은 이유(사퇴압력) 또한 없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KBS의 관계자 역시 ‘이길영 이사장이 물러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KBS이사회에 조금 더 청와대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강력한 사람을 배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KBS 사장 노리던 홍성규, 이사장행?

그렇기 때문에 차기 KBS이사장으로 누가 오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어찌되었건 더욱 강력히 KBS를 통제할 인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관련해 어떤 이들은 KBS 사장후보에서 탈락한 홍성규 전 방통위원을 이사장직에 올리기 위해 이길영 이사장을 밀어낸 것이라는 얘기마저 하고 있다.

‘추천권’을 가진 방통위에서도 이미 논란이 시작됐다. 28일 전체회의를 마친 뒤, 야당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통위 내에서 (KBS 이사장)후임인사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며 “방통위의 의지와 무관하게 KBS 이사로 부적합한 이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이들은 추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상임위원은 KBS 이사장 선임 문제야말로 “KBS 위상 정립과 공정성 확보에 대한 3기 방통위의 의지를 보여줄 기회”라는 입장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에서 KBS보도나 내부 상황, KBS이사회의 무력화에 대한 책임이 이길영 이사장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 사무총장은 “후임 이사장에 누가봐도 상식적이고 침몰한 공영방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온다면 이 이사장의 사퇴는 정당화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반대라면 또 다시 KBS를 유린하기 위한 정권의 의도라는 점에서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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