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막말에 동조한 배우 정대용 공식사과, 해무 보이콧에 내려놓은 30년 배우생활

‘아파하시고 힘들어하시는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생사를 오가며 힘겹게 단식을 이어가시는 김영오 님께 무릎 꿇어 사죄를 드립니다.’

그는 정신이상자도 아니었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도 아니었다. 그의 입으로 만든 비난 여론이 본인의 출연 영화 ‘해무’의 보이콧으로 이어지자, ‘나는 엑스트라나 다름없는 미미한 존재감의 역할’이라고 스스로를 평가 절하하며 대중 앞에 무릎을 꿇고 30년의 배우 생활을 내려놓을 만큼 책임을 통감할 줄 알았고 타인의 고통을 절실하게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배우 정대용은 넘치는 감정을 가진 보통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가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이 새삼 더 섬뜩했다.

정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력이나 재력 따위 없이 그저 가진 몸 하나가 전부인 김영오 씨에게 있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방법은 희생으로 정의를 설파하는 것뿐이었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며 단식 진행 중이다.

타인의 가치관에 대한 인간의 판단은 가지가지다. 그의 선택을 만류하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 또한 분명 만만치 않은 비중으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차선 외의 대안이 없었을 절박한 김영오 씨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는 것은 가치관의 차이가 아닌, 인간성의 존재 여부다. 이 기약 없는 서글픈 투쟁에 김영오 씨의 몸은 베어낸 나무처럼 바삭바삭하게 말라가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나 가수 김장훈이 그의 손을 잡았던 것도 동참의 의미 이상인 ‘고통을 나눠지는 것’에 대한 가치 추구가 더 컸다. 이러다 정말 사람 하나 잡겠다 싶어서. 제2, 제3의 세월호와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 시작된 유민이 아빠의 외로운 투쟁에 너나 할 것 없이 염려하고 가슴 아려했다. 이런 와중에 누군가는 그에게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라고 했다.

‘결론 내렸다. 유가족들 사람 대접 않기로!!’ 광화문 현장에서 사진을 남긴 그는 이 과격한 호언장담에 걸맞은 호전적인 메시지로 세월호 유가족을 힐난하며 조소했다. 유가족들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 현장에서 그는 인간으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폭력적 망언을 남기며 네티즌의 지탄을 받았다.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네가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죽어라!!!’ 차마 글로 옮겨다 놓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는 끔찍한 한마디 한마디였다. 스스로 ‘인간이 아닌 길’을 걸어보겠다고 자신한 그는 자식을 잃은 충격에 몸부림치는 어머니를 두고 ‘새끼 잃었다고 발광한 니x’이라는 한마디에서 이미 인간의 증명을 놓아버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람이기를 포기한 이산의 언어폭력을 나무라기는커녕 기꺼이 동조해준 동료가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연극배우 정대용은, 김영오 씨를 향한 동료 배우 이산의 망언에 ‘황제 단식’이라는 동조 댓글을 달며 유가족을 조롱했다.

네티즌에 의해 발견된 두 배우의 충격적인 발언은 곧 인터넷 전역에 퍼져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정치적 신념이나 개인의 가치관을 떠나 아이를 잃은 부모를 향해 ‘새끼 잃었다고 발광한 니x’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라는, 인터넷 악플러보다 더한 인면수심의 망발을 내뱉은 배우 이산을 질책했다. 덧붙여 그 정도의 수위는 아닐지언정 동료의 도를 넘어선 발언을 나무라기는커녕 도리어 동조하며 유가족을 조롱한 배우 정대용을 향한 비난 또한 이어졌다.

격분한 네티즌의 움직임은 해무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영화 해무는 배우 정대용이 참여하여 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개봉작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조선족 1역을 연기했다. 비록 포스터에도 등장하지 않은 단역이지만 보이콧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황제단식’이라는 조롱성 댓글을 남겼던 그가 해무 관람 거부 운동을 인식한 이후 공식 사과문을 남긴 것이다.

‘죄송합니다. 물의를 일으킨 배우 정대용입니다. 차마 본명으로 사용하기 부끄럽고 두려워 이름을 가명으로 바꿨더니 한 달 이내에는 다시 바꿀 수 없는 시스템이라 가명으로 글을 올리게 됨을 양해 바랍니다.’라고 서두를 연 그의 사과문은 본명을 밝히는 일조차 수치심과 불안을 느끼는 그의 현재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풀죽은 모습에서 ‘황제단식’이라며 유가족을 조롱한 사악한 일면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라고 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사를 오가며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김영오 씨에게 무릎을 꿇어 사과를 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또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전하겠다고 했다.

정대용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던 것은 그의 발언이 낳은 참혹한 결과, ‘해무 보이콧’이었다. 그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열악한 환경에서 추위와 싸우며 제작한 영화 해무가 본인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점을 무척이나 죄스러워 했다.

영화 ‘해무’의 제작자는 봉준호 감독님이시고 문성근 선배님이 큰 역할로 출연하셨으니 보잘 것 없는 단역의 한순간 잘못으로 영화를 사랑하시는 관객 여러분께 외면 받지 않고 더욱 더 사랑받고 박수 받는 영화이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정대용의 ‘황제 단식’ 발언으로 해무 전체가 보이콧 당하는 것은 관계자들에게 억울한 불똥임에는 틀림없다. 여느 영화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 해무는 정대용이나 이산의 폭력적 이념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무의 제작자 봉준호는 충무로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일일 단식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기관장으로 출연한 배우 문성근은 세월호 유가족 단식 현장에서 하루를 보내며 뜻을 함께한 바가 있다. 이런 판국에 제작자도 주요 등장인물도 아닌 단역 배우 정대용의 동조 댓글 하나에 작품 전체가 보이콧 당하게 된 결과는 다소 지나치다는 시선 또한 있었다. 그 모든 사실의 근원인 정대용이 부담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리라.

책임을 통감한 정대용은 30년간의 배우 생활을 내려놓겠다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수많은 국민들에게 아픔을 남긴 죄값을 사과만으로는 탕감할 수 없어 그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내려놓은 것이다.

문득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는 포문으로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을 갖는다. 기꺼이 ‘사람이 아닌 길’을 걸어보겠다.‘고 선언했던 배우 이산과 유가족을 향한 미안함을 배우 인생을 버리는 것으로 사죄해야 했던 배우 정대용의 아이러니가 겹쳤다. 누군가에게 ’배우‘는 인두겁을 버리는 것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배우‘란 그나마 인간임을 증명하는 수단이었으니.

20년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 원짜리 반지하의 난방조차 되지 않는 습기 찬 단칸방에서 결혼조차 포기했던 그의 수십 년이 댓글 하나에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그가 배우 인생을 포기한 것은 그것이 사죄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한 유일무이한 방법이라 생각되어서였을 것이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선택한 이유 또한, 가진 것 없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았더라면 일평생 김대용에게 가장 소중했을 배우의 길을 내려놓는 비극은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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