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1박2일이 조용하게 그리고 알차게 여행의 참맛을 보여주었다. 한동안 1박2일에 없었던 여행의 여백을 마침내 찾아낸 느낌이었다. 거기에다가 방송사 간의 분량전쟁이 휴전상태로 들어가면서 전체 러닝타임이 준 것도 이번 여행의 깔끔함을 보조하는 효과를 주었다. 이래저래 의도와 우연이 겹치면서 1박2일은 모처럼 여행다운 여행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복불복조차 없었지만 흥미는 오히려 높아졌음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군산여행의 시작 역시도 평소와 달랐다. 멤버들은 둘씩 짝을 지어 군산에 도착했다. 6명이서 하는 오프닝도 생략된 작은 파격이었다. 세 팀의 멤버들에게 제작진은 군산 자유여행의 미션을 주면서 테마를 정해주었다. 김주혁과 데프콘에게는 맛집순례를, 김준호와 차태현에게는 자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종민과 정준영에게는 역사와 문화 체험의 주제를 주었다.

그렇게 나름의 주제를 들고 세 갈래로 흩어져 누빈 군산에는 의외로 그 세 가지 주제의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했다는 점에 우선 놀라웠다. 특히 적지 않은 적산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을 만큼 군산은 근대사는 다른 지역보다 많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었다. 심지어 양키시장이라는 곳을 보면서 지방소도시라 가능했던 부분도 있지만 군산은 다른 곳보다 시간이 더디 흐르는 곳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물론 군산 역시 맛집이 유명하다. 김주혁과 데프콘은 처음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먹을 수 있었다. 바로 그 점이 이번 군산자유여행의 유일한 옥에 티가 될 수도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1박2일에서 처음 느끼는 자유를 만끽했다. 서로에게 굴욕을 주기 위한 옷도 사고, 동행하는 여PD에게도 똑같이 촌티패션을 선물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김윤의 작가에 도전하는 1박2일 PD의 짧은 하이패션쇼는 웃음을 선사한 자유여행의 덤이었다. 또한 인터넷 검색보다는 여행지의 주민들에게 직접 대화하면서 얻는 지역정보가 진짜라는 역설을 발견해낸 것도 이번 여행의 보이지 않는 성과였다. 정보의 질을 따지기 전에 여행이라는 것에 더 잘 어울리는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군산에서 유명한 호떡집, 빵집, 돼지볶음집 등을 찾아다녔다. 군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긴요한 팁이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맛집이 꼭 김주혁과 데프콘에게만 한정된 여행스팟은 아니었다.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 속에서 움직이던 김종민과 정준영에게도 맛집을 들러야 할 이유와 자유가 있었다. 다만 그들은 너무도 긴 대기열로 인해서 유명한 짬뽕가게를 찾고도 문 앞에서 포기해야 했지만 철창에 얼굴을 밀착하고 시민이 떠먹여주는 짬뽕국물 한 숟가락과 면 한 젓가락을 얻어먹는 모습은 담아낼 수 있었다.

비록 짬뽕을 포식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김종민과 정준영은 역사, 문화 무식자답게 아주 낮은 시각에서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예능감이라고 포장하기에는 그들의 역사,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참으로 낮았고, 그래서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또 그것이 제작진이 이 둘에게 가장 낯선 미션을 준 의도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섬으로 떠난 김준호와 차태현이 예능 살리기에는 으뜸활약을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1박2일을 두 시즌 째 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범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려는 차태현과 개그맨으로 뼈가 굵은 김준호의 일탈의 욕망이 대립하며 가장 웃긴 장면들을 선사했다. 이들이 찾은 곳은 군산에서 가까운 섬 선유도. 선유도의 자연을 만끽하라는 미션을 받았지만 이들이 그 미션에 충실할 것이라고는 제작진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고, 의도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자연이라는 미션은 예능으로 소화해내기 힘든 것이었지만 얍쓰 김준호의 지속적인 일탈의 시도와 그에 적당히 거부하면서도 끌려가는 차태현의 모습에서 김종민과의 조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1박2일이 항상 이런 식일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 많아도 탈이지만 그래도 1박2일에는 게임이 여전히 필요하고, 복불복 역시 지루해도 건너뛸 수 없는 1박2일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끔씩 게임도, 복불복도 없이 멤버들도 한가롭고, 화면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1박2일의 여행은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마치 세트배경을 바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이동에 더 가까웠다. 비로소 여행다운 여행을 본 것만 같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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