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다시 한 번 청와대 앞에서 밤을 지샜다. 기소권, 수사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 동안 단식한 김영오 씨가 서서히 죽어가는데도 외면하는 청와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 22일 밤,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부근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밤샘 농성 중인 모습 (사진=오마이뉴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22일 오후 7시, 청와대 부근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이 밝힌 ‘특별법 제정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 관련기사 : <“대통령님, 약속을 지켜주세요. 우린 너무 힘듭니다”>) 이후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 고 오영석 학생 어머니 권미화 씨, 고 최성호 학생 아버지 최경덕 씨 등 3명은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전달하러 청와대로 떠났다.

이들은 대통령 결단과 면담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 민원실 앞 우편함에 넣었고, 민원비서실 행정관에게도 이 사실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가족대책위는 확실한 답변을 듣기 전까지는 청운동 동사무소 앞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의 ‘묵묵부답’에 결국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바닥 깔개와 비닐 반입도 막아 유가족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경찰병력에 둘러싸여 비닐 한 장에 의지한 채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비닐을 덮고 잠을 청하는 모습 (사진=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답 없는 기다림을 할 수 없으니 이곳을 떠날 수 있는 분명한 답을 달라고 한 유가족들의 요청에도 청와대는 입을 꾹 닫고 있다. 청와대는 40여 일 단식을 하면서 매번 청와대 앞으로 간 김영오 씨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바 있다.

수사권,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든다고 주장하며 유가족 뜻을 지속적으로 무시해 온 새누리당에서 뒤늦게 “가족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만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을 뿐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 마무리 발언에서 “이 문제(세월호 문제)에 대해 대단히 전향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원칙은 지키되 대단히 유연한 자세로 유가족들과의 대화를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무성 대표도 “유족들을 만나야 한다면 만나겠다. 언제든 유족들이 원할 때 만남을 갖겠다”고 답했다.

23일 오후 1시 40분 현재, 유가족들은 여전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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