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모 전 사이버사령부 심리단장이 요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긴 했으나 국정원 등과 연계된 조직적인 개입은 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연제욱,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을 비롯한 총 21명이 형사입건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19일 위와 같은 내용의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심리전단 작전요원들이 정상적인 작전범위를 벗어나 일부 특정 정당 및 정치인을 언급한 글을 게시했고 전직 사령관들은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들이 군형법 제94조 ‘정치관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조사본부에 따르면 극우 보수 성향의 이 모 당시 사이버사령부 심리단장은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사이버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을 지시하면서 북한의 주장이나 의견에 동조한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특정 정치인을 언급해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이 모 당시 단장은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마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지시에 따라 심리전단 요원들은 휴대폰,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SNS 등 인터넷 공간에 78만7200여개의 정치 관련 글을 게시했다. 이 중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의견을 비판 또는 지지한 글은 전체 게시글의 0.9%인 7100여건이다.

연제욱, 옥도경 전 사령관의 경우 ‘대남사이버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일부 정치적 표현이 담긴 글이 작성된 것을 확인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실상 조직 내에서 정치적 표현이 포함된 글을 작성하는 행위가 용인된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연제욱, 옥도경 전 사령관을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연제욱, 옥도경 전 사령관 등은 “정치적 표현이 담긴 글을 인식하지 못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 당시 단장은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작전보안을 이유로 저장매체와 작전 관련 서류, IP주소 등을 삭제·변경하도록 지시해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이 모 당시 단장은 ‘정치관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휘계선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통화 내용, 이메일, 관련문서, 출입현황, 사회관계망(SNS)을 분석하고 소환조사하는 등 입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조직적 대선개입은 없었다”면서 “사이버사가 대선 개입을 위해 조직적 의도를 갖고 한 행위는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다만 국방부 조사본부는 트위터의 국정원 사용 추정 아이디 650여개와 사이버사 심리전단 아이디 150여개를 분석한 결과 심리전단 아이디 이용자들이 국정원 추정 아이디 380여개가 작성한 글들에 대해 1800여회의 리트윗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야권 일각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이와 같은 범죄행위를 보고받고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김관진 전 장관은 일일사이버 동향과 정책홍보 등에 관한 보고만 받았다”면서 “구체적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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