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보에 대한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교황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직접 세례를 받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호진씨가 이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성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진씨는 18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으면서 몸 안에 있던 분노심도 상당부분 사라졌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면서 “저에게 세례를 준 것은 세월호 유족 전체를 어루만져 주겠다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진씨는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로 그간 십자가를 지고 안산 단원고에서 진도 팽목항을 거쳐 총 900km의 거리를 38일간 도보순례 해왔다. 이호진씨는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교황을 만나 세례를 줄 것을 정중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진씨는 세례 요청 당시 상황에 대해 “교황이 예상하지 않았던 청을 받았기 때문에 놀란 것 같았다”면서 “세례를 받는 데에는 카톨릭의 특성 상 엄숙한 준비가 필요한 관계로 교황이 관계자들과 의논을 했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으로 내려 세례를 허락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교황이 평신도에게 직접 세례를 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주필은 교황의 직접 세례에 대해 “이번에 교황이 했던 여러 가지 행보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인다고 하는 차원에서 세례를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상봉 주필은 “방한일정이 굉장히 빡빡했는데 없던 일정을 따로 만들어 세례를 준 것은 약속을 지키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상봉 주필은 “교황이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드릴 때도 세월호 가족들을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을 달고 나왔고 시복식 미사 때도 특별히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세월호 유족들이 있는 곳에선 직접 내려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줬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사람으로 세월호 유족을 생각한 것 같고 그분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히 그들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상봉 주필은 “교황이 한국에 오기 전 이미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시고 온 것으로 안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그들을 만나면서 진상에 대해서 더 깊이 받아들이게 됐고 마음으로 공감하게 됐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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