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싱글 특집으로 구성된 359회의 해피투게더는 뜻밖의 ‘진기한 장면’을 적잖게 볼 수 있는 회였다. 포맷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하기 선뜻 겁이 난다는 신성우가 연예인 절친 김광규의 폭로전에 휘말려 그답지 않게 앙탈을 부리는 장면이라던가.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만들었던 김광규에게 장난을 걸던 유재석이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습니다.”라는 한마디에 무장해제되어 끊임없이 사과를 하던 모습.

방송계의 냉동 인간 박준형. 쉰을 넘겼다더라, 미국에서 환갑잔치를 했다더라 하는 무성한 소문 앞에 드디어 밝힌 그의 나이 올해 나이 46세, 1969년생의 쭈니형. 요즘 ‘우리 결혼했어요’ 보다 더 재미난 가상 결혼 체험 ‘님과 함께’에서 박준금과 파트너를 맞은 지상렬에게 수중 키스에 대한 집중 폭격이 쏟아지자 특유의 횡설수설 단어 개그로 배꼽을 잡게 하는 그. “내 입술이 내비게이션이야.” “아니, 내가 내 장기(입술)을 쓴다는데.”

그 중에서도 오상진은 끄트머리에 앉아 희미하게 웃기만 하는 조용한 게스트였다. 박미선이 직접 가장자리에 얌전하게 앉아 계시는 분으로 소개했을 만치. 하지만 거의 존재감이 없다시피 했던 오상진이 느닷없이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뭐 캐낼 것이 없나 싶어 던져봤던 취미 생활 질문에 최근 아프리카 봉사활동 다녀왔다는 얘기를 참 얌전한 얼굴로 담담히 말하는 오상진. “빈틈이 없다. 빈틈이 없어.” 패널들의 야유가 쏟아지고 박미선과 유재석은 기함을 했다. “아니 어쩜 그렇게 취미 생활까지 반~~듯할 수가 있어요.” “취미 생활도 그렇게, 아이.”

잘못한 것도 없이 미안함을 느낀 오상진이 난 너무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반성했고, 그런 그를 두고 전체적인 삶이 빈틈없는 모범생이라고 또 하나의 연예계 수도자 유재석이 공인 KS마크를 찍어주었다. 인생 살아오면서 가장 나쁜 짓했던 경험이 무어냐고 물으니 수능 100일 전 100일 주를 많이 마셨다는 일이라고 큰맘 먹고 밝히듯 꺼내놓는 오상진은 그야말로 나쁜 짓마저 고리타분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토록 성실하고 똑 부러지는 엄친아 오상진에게서 뜻밖의 반전 매력이 들통 났다. 그는 의도치 않은 해피투게더의 히어로가 되었다. 지난주부터 해피투게더에 투입된 새 멤버 김신영과 조세호의 데칼코마니, 비밀을 밝혀내는 시간이 상진을 뜨끔하게 했다. ‘베일에 감춰진 상진의 리얼 취미 전격 공개’ ‘모범생 코스프레는 이제 그만’ 자극적인 소개와 함께 공개된 녹화 영상에서 우리는 엄친아 오상진의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해당 화면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종방연 현장이었다. 차문이 열리고 무언가를 끌어안은 손으로 참 다소곳하게 내려오는 오상진. 오면 안 될 곳에 초대받아 황송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주눅이 들어있는 태도에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숨겨진 예능 자막 공신 해피투게더의 깨알 자막이 나를 웃긴다. ‘흡사 목회자처럼 등장’

존재만으로도 스튜디오와 시청자를 웃긴 오상진 굴욕 영상의 진가는 이 다음이었다. 기자들이 둘러싼 종방연 입구 앞에서 현관이 아닌 안내 휘장을 뚫고 들어가는 오상진의 황당한 행동. 몇몇 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리고 그를 붙잡을 만큼 애처롭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을 질투 나게 할 만큼 지나치게 깍듯한 모습으로 엄친아의 면모를 잔뜩 뽐내던 오상진이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황당한 행동을 하니 스튜디오는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열하는 박미선과 다시 그 장면을 살펴보는 유재석.

웃기면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날 오상진의 기이한 행동은 몰려든 관심을 어찌할 줄 몰랐던 35세 순진한 청년의 수줍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주연 배우의 전달로 비밀리에 진행되리라 믿었던 종방연 현장. 덕분에 안심하고 출연진들과 찍은 사진까지 인화해서 손에 들고 내렸던 오상진은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가갈 수 없는 엄친아의 상징 오상진이 마치 낯가림으로 엄마 치마폭에 숨는 어린애처럼 숨어드는 모습은 사뭇 귀엽기까지 했다. 기발한 사람들 사이에서 맥을 못 추던 모범생 이상진은 이날의 굴욕 영상으로 푸짐하게 분량을 챙겼음은 물론 해피투게더 역사상 처음인 파격적 엔딩을 장식하기도 했다.

“저희가 보통 ‘시청자 여러분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요렇게 인사를 드리잖아요. 오늘은 특이하게 스포츠 뉴스에 보면 마지막 ‘오늘의 하이라이트!’하고 방송 속의 마지막 장면이 나가잖아요. 오늘은 오상진 씨의 영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방송된 오상진 굴욕 영상. 무려 세 번째 보는 화면임에도 그것은 여전히 스튜디오를 뒤집어 놓았다.

드라마와 예능 연예계 핫이슈 모든 문화에 대한 어설픈 리뷰 http://doctorcal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