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KBS TV토론 출연이 성사될 수 있을까?

지난 9월 사전 질문 협의 여부를 둘러싼 한나라당 이 후보쪽과의 논란으로 초청 토론회가 무산됐던 KBS는 각 당 경선이 마무리되고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17일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시작한다

KBS는 권 후보에 이어 23일 민주당, 26일 대통합민주신당 순으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연 뒤 마지막 순서에 한나라당 이 후보의 TV토론을 방송할 예정이지만 이 후보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일정 핑계로 사실상 TV토론 기피하는 것 아닌가?" 곱지않은 시선

KBS 한 관계자는 "오는 29일과 30일 중 하루를 택해 TV토론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후보쪽은 28일부터 11월 중순까지 지역순회 일정이 잡혀 있어 기본적으로 토론회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며 "사실상 TV 토론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지난 10월 11일 MBC '100분토론' <선택 2007, 대선후보 정책검증 토론>에 출연한 이명박 후보
KBS 안팎에서는 이 후보와 KBS가 TV토론을 놓고 한차례 갈등을 빚었던 점, 최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가 진땀을 흘리고 여론의 실랄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 등을 배경으로 볼 때 이 후보가 바쁜 일정을 이유로 사실상 TV토론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차별성 없는 후보자 개별 TV토론이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중복 편성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들로부터 정책과 공약을 검증받아야 할 대선 후보가 설득력 없는 이유로 공론의 장을 기피한다면 그것 역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이성완 TV토론팀장은 17일 "지역순회 일정이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잡혀있고 지역 TV토론도 병행할 예정이라 그 기간에 KBS TV토론에 참석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MBC와 SBS TV 토론에 한번씩 출연했기 때문에 KBS에도 한차례는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어 "KBS는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뿐만 아니라 '심야토론'에서도 출연 요청이 들어와 있다. KBS에 한번은 출연해야 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에서 할지는 KBS가 결정을 해야 할 문제이고 우리는 시점과 스케쥴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캠프 "특정 방송사만 여러번 출연 못해…KBS도 형평성 차원서 한번은 출연할 것"

이 후보가 TV토론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MBC '100분 토론'에도 출연했고 지역토론회도 참석했다. 시간과 일정이 맞으면 출연하는 것이지 기피한 적은 없다"며 "특정 방송사만 여러번 출연할 수도 없는 문제기 때문에 후보 일정에 맞춰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TV토론 출연을 추진하고 있는 KBS 선거방송프로젝트팀은 이 후보가 사실상 KBS에서 제시한 일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하자 난감해진 상황이다. 후보자가 출연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 당사자가 유력한 대선 후보라면 '대선 후보 초청토론회'의 기획 의도와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KBS '생방송 심야토론' 팀에서도 이 후보의 TV토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이 후보 쪽이 '1사 1회'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내부 조율 문제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KBS는 17일 밤 11시부터 90분간 생방송으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질문 있습니다!-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편을 방송한다. 이번 토론회는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방식을 채택해 국민들이 직접 패널로 나서 후보를 검증한다. KBS는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수도권 유권자를 모집단으로 삼아 성별, 연령별, 직업별로 할당표집한 후 참가 희망자 100명을 전화조사를 통해 엄선, 당일 토론회장에 초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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