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클리세의 정의,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질까. 신곡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발표한 이후 내내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선에 서있던 그녀, 현아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지난 1일 현아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현아의 세 번째 미니음반 수록곡 중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오마주 건과 관련하여 발생한 문제에 거듭 사과말씀 전해드린다.”라고 공개 사과를 했다.

그 사과는 말뿐만이 아니었다. 현아의 소속사는 “1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전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한 해당 곡 ‘어디부터 어디까지’에 대한 온라인 음원 서비스 일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향후 추가 제작되는 현아의 음반에서도 본 음원을 제외할 것.”이라는 과감하고 깔끔한 뒤처리로 오마주 논란의 끝을 맺었다.

논란의 도마 위에서 누더기가 되어버려 이미 대중성의 가치를 잃은 음악 ‘어디부터 어디까지’는 불량품이나 다름없다. 지지부진한 변명으로 대중과 기싸움하며 어떻게든 팔아보려 버티고 섰다 지탄을 받은 무수한 표절 논란의 반면교사에 비해 대략 일주일 안에 논란거리를 폐기처분하고 잘못을 인정, 대중에게 사과한 현아 소속사의 현명한 대처는 기존 연예 소속사들 또한 본받아야 할 처세로 비추어진다.

허나 선배 가수 god의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곡 ‘반대가 끌리는 이유’를 단어 하나만 바꾸어 ‘오마주(Hommage)’라 발표한 제작자의 부적절한 태도는 여전히 아쉽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논란이었고 사전에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절 논란에 앞서 존경과 경의의 표현인 오마주로 도리어 선배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는 아이러니가 애석하기 짝이 없다.

28일 발표한 현아의 세 번째 미니 음반 ‘A Talk’의 수록곡 ‘어디부터 어디까지’는 발매 당일부터 표절 의혹에 휩싸여 야유를 받아야만 했다.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이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 - 현아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그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 - god

이처럼 현아의 ‘어디부터 어디까지’와 god의 ‘반대라서 끌리는 이유’의 차이는 그저 단어 한끝차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음원을 들은 네티즌이 ‘오마주’나 ‘패러디’를 사고하지 못한 까닭은 따로 있다. god의 반대라서 끌리는 이유는 숨겨진 명곡이지만 누가 들어도 한 구절에 바로 아! 할 만큼 대중성이 탁월한 음악은 아니었다.

영화 ‘킬 빌’에서 우마서먼이 입은 노란색 트레이닝 복은 누가 봐도 이소룡의 오마주다. 킬 빌의 오마주가 사망유희의 표절이라며 힐난 받지 않은 까닭은 이것이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쉽사리 인식할 수 있는 이소룡의 트레이드마크라서다.

만약 현아의 신곡에 god의 트레이드마크인 ‘어머님께’의 일부분을 패러디했다면 어땠을까.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한 줄에 현아가 god를 표절했다! 라고 의혹을 불태울 사람들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누가 들어도 이건 god의 상징이고 은근슬쩍 숨기고 나와 내가 만들었다고 저작권을 첨언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현아의 신곡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오마주가 실패한 오마주인 까닭은 두 가지 이유다. 먼저, 대중이 오마주의 의미보다 표절임을 먼저 인식했으며 두 번째, 정작 오마주 당하는 선배 가수가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사전적 의미의 오마주 뜻은 존경과 경의다. 프랑스어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주로 영화 속에서 존경하는 선배 감독의 작품 속 대사나 장면을 본 영화의 스토리와 맞물려 패러디하거나 인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원작자 또한 god의 후배 가수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멤버인 그는 본인의 SNS를 통해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사에 지오디 선배님 컴백축하와 존경의 의미로 hommage 했습니다! 현아 현식이가 지오디 팬이란 걸 티내고 싶었습니당 ♡’라는 말로 존경의 차용임을 밝혔다.

문제는 존경을 헌사 받는 당사자가 유감을 표했다는 점이다. god 멤버 김태우의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는 “현아와 작곡·작사자 임현식이 존경의 의미로 ‘반대가 끌리는 이유’를 ‘오마주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사전 협의나 어떠한 양해 없이 뒤늦게 소식을 접해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김태우는 언젠가 라디오스타에서 메인 보컬에 비해 홀대 받는 피처링 제도의 불만을 제기하며 제대로 된 보상이나 저작권 협의가 없이 재능 기부로 그치고 마는 가요계의 그늘을 지적한 바 있다. 이토록 유야무야 넘어가는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경계 의식을 갖고 있는 김태우에게 있어 이런 부조리한 오마주를 선배의 관용으로 웃어넘길 수는 없었으리라.

존경의 러브레터 ‘오마주’가 정작 표절 논란과 하극상의 상처만 남기고 찢겨버렸다. ‘지오디 팬이라는 걸 티내고 싶었다.’는 원작자 임현식의 러브레터가 분명 거짓은 아니었으리라. 허나 존경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주춧돌은 결국 창작자의 권리라는 사실을 이 어린 작사가가 깨달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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