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와 꽃누나에 이은 꽃여행 3탄 ‘꽃보다 청춘’이 시작됐다. 6월 25일 출국한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빠른 편집으로 방송을 내보낸 점이 이채롭다. 또한 꽃여행 시리즈가 시작되면 조건반사처럼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바로 나영석표 독한 몰래카메라다. 물론 이번에도 있었지만 이것은 몰래카메라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스케일이 크고 치명적이었다. 언제나처럼 소속사의 전격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이서진의 몰래카메라부터 소속사들은 나영석의 숨은 공로자들인 것이 틀림없다.

‘꽃보다 청춘’의 여행일지는 2014년 6월 25일 시작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주 끔찍한 음모가 있었다. 이번 여행을 함께 떠나기로 한 절친 유희열, 이적, 윤상은 섭외를 마친 뒤 출발 전 사전모임의 형식으로 한 식당에 모였다. 당연히 그들의 차림은 간단했다. 조촐하게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나PD는 e티켓을 나눠줬다. 어차피 나중에 봐도 될 것이기에 그들 대부분은 힐긋 보고 옆으로 치워뒀다. 그런 부분은 당연히 매니저의 몫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의외로 꼼꼼한 유희열이 그 e티켓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먼저 발견했다. 아니 황당한 함정에 빠진 것을 그때서야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들의 출국날짜가 식당에 모인 당일이었고, 심지어 출국시간까지 고작 2시간 30분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일동 멘붕이었다. 이미 꽃시리즈의 여행을 보면서 나PD의 가학적 몰래카메라를 경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설마 무방비로 비행시간 30시간에 9박10일 여행을 떠나라고 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제대로 한 방 맞은 것이며, 나PD의 함정은 아무리 방비를 잘해도 피해갈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것임을 절감해야 했다. 그렇게 나PD는 시청자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준 몰래카메라를 완성시키면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그들을 강제로 공항으로 실어 보냈다. 그러면서도 집에 연락을 해 약 같은 필수품만을 챙기게 허락해줬지만 할배들도 아닌 40대 나름 청춘들에게 꼭 챙겨야 할 치료약 따위는 없었다. 다만 유희열만 그다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 않은 홍삼과 공진단을 챙겼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이 강제출국해서 향한 곳은 남미의 페루. 유희열, 이적, 윤상은 이구동성으로 북유럽을 원했기 때문에 정반대인 곳을 선택했다고는 했지만 이미 유럽은 꽃할배와 꽃누나가 두루 섭렵한 곳이기에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다른 지역을 선택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라 이해된다. 그러나 어디를 갔더라도 프롤로그에 비친 이들의 케미를 보아 배경은 큰 의미가 없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몰래카메라의 구성이기는 했지만 이들의 떠남은 그동안 어떤 여행 예능도 시도하지 못한 여행의 로망을 완성시켜단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딱히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피로가 쌓인 어느 날 문득 여행이나 갈까 하는 충동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충동적인 여행은 웬만해서는 가능한 것이 아니다. 설혹 샐러리맨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꽃청춘 3인방은 본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강제된, 느닷없는 여행이 시작됐지만 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대리만족시켜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비록 꽃할배들의 50년, 40년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하지만 풋풋한 20대 시절부터 함께 겪어온 이들은 자유롭고 또 감정에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본래 여행은 셋이서 떠나면 위험할 수 있다. 꼭 셋 중 하나는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완벽한 조합은 셋이란 숫자에서 나오는 것이니 꽃청춘들의 여행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나영석표 여행예능에 흥분을 느끼게 된다. 한창 휴가철이다. 그러나 모두가 휴가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 즈음에 꽃보다 청춘이 시작한 것은 우연은 아닐 터, 휴가철에 일하는 이들의 밤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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