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을 최고의 야구라 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시원한 홈런포가 넘실넘실 나오고, 역전과 역전이 이어지는 경기를 꼽는 이도 있겠죠. 또 치열하고 팽팽한 투수전을 진짜 야구의 묘미라고 칭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흥미롭고 뜨겁고 재미있는 경기는 저마다의 관점에서 규정될 텐데요.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 7월 마지막 3연전은 각기 뜨거웠습니다만, 폭염이 일상처럼 이어진 가장 더운 야구장 대구에서는 대단한 경기가 이어집니다.

▲ 삼성 채태인. 이번 시리즈 최고의 장면은 두 번째 경기 9회말 투아웃 만루에서 보여준 채태인의 집중력이었다. ⓒ연합뉴스
위닝 시리즈는 삼성의 몫. 그러나 3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두 경기는 마지막까지 팽팽했습니다. 주중 3연전, 그 시작은 7:6 원정팀 LG의 승리. 그 다음날은 8:9 홈팀 삼성의 것. 이틀연속 우리가 흔히 "재미있는 스코어"라 칭하는 "한 점차" 승부로 뜨겁게 펼쳐졌습니다. 일방적인 흐름도 없이, 역전과 역전이 반복되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흔히들 말하는 "케네디 스코어" 혹은 "루즈벨트 게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경기였습니다.

최근 일본의 한 드라마에서도 인용된 "루즈벨트 게임"-혹은 루즈벨트 스코어. 우리는 케네디 스코어가 더 익숙합니다만, 케네디 스코어는 정체불명의 용어일 확률이 높답니다. 미국에서도 이런 점수에 대한 표현으로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는 매체는 없다고 하는데요. 루즈벨트 대통령의 경우는 야구기자협회에 보낸 편지에 자신의 최고의 경기를 언급했답니다. 팽팽한 투수전도 좋지만, 점수가 나는 경기에 희열을 느낀다며 8-7이라는 스코어를 언급했죠.

이런 용어들의 정의를 떠나, 팽팽했던 두 팀의 경기에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경기들에 느껴지는 재미만큼 막장 요소도 많다는 지적도 합니다. 이를테면 두 팀의 마무리 투수가 승패를 나눠가진 수요일 경기의 경우가 그렇다 할 텐데요. 경기를 내준 LG는 물론, 승리한 삼성의 경우도 마무리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3일간의 맞대결에서 선발투수로 승리를 챙긴 이는 어제 삼성의 선발 배영수뿐이었습니다.

▲ 지난 29일 오후 대구야구장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LG 트윈스 경기. 경기를 마무리한 LG 봉중근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자들에게는 뜨거웠던 방망이만큼이나 결정적 순간에 침묵한 대목들도 심심치 않았다는 점. 더위 탓인지 주루나 수비에서도 엉성한, 그래서 결정적인 장면으로 작용한 순간도 있었다는 겁니다.

분명 대단한 승부를 펼쳤던, 그리고 매우 피로한 경기를 이어가야 했던 두 팀 삼성과 LG. 대구를 떠난 LG는 홈인 잠실에서 넥센을 상대합니다. 또, 삼성은 주중 시리즈에서 스윕을 당한 KIA와의 맞대결을 위해 광주로 이동한 상황인데요. 명작이라 여겨지는, 그러나 막장요소도 심심치 않게 섞여 있던 야구라는 드라마. 상상을 초월했던 시리즈를 마친 뒤 펼쳐지는 주말 3연전, 이 시리즈의 여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7월 한 달을 너무나 잘 보냈던 두 팀이 이 극적인 시리즈 뒤에 맞이한 8월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주중 3연전의 강렬했던 인상은 다가오는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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