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수능시험을 마친 한 여고생이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뒤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벌어졌다. 이 병원은 유명 연예인이 추천하는 성형외과로 알려졌으며, 드라마 등의 협찬과 연예인 시술로 알려진 유명한 병원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달 초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형수술 피해로 인한 상담 건수는 모두 4806건으로 지난해보다 2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수술로 인해 발생한 의료인과 환자 간 의료분쟁 조정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분쟁중재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조정 상담 중 성형수술 부작용 등으로 인한 문의가 2012년 445건, 2013년 731건, 2014년 6월 기준 438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과도한 성형산업이 낳은 폐해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가 불러온 참극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외모 지상주의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성형의 원인이 단순히 美의 추구에만 있지 않기 때문에, ‘성형=외모지상주의’로 단순화시키는 것도 올바른 분석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주범 중 하나는 바로 TV 등 언론매체라는 사실이며, 연예인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는 것이다.

TV를 켜면, 하나 같이 키 크고 날씬한 연예인들이 나온다. 이들은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하며 피부는 하얗다. 개성을 간직하며 롱런하는 연예인들도 있지만, TV 등 언론매체가 전하는 美란 갈수록 획일화되는 추세다. 그렇다보니,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반사판을 이용하여 피부를 하얗게 꾸미고, 힐을 착용하여 다리를 길어보이게 만들며, 또 사진 보정 작업 등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감추기도 한다. ‘예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연예인들의 그런 모습이 대중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며, 또 성형을 부추긴다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9일 방영된 SBS <매직아이> 속 이효리의 반성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날 이효리는 “우리 주변에 다이어트나 외모 관리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일반 사람들의 외모 집착은 연예인들 책임도 크다”고 반성했다.

이효리의 이 같은 주장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속옷 광고를 위해 속옷만 입고 책상에 앉아서 화보를 찍었는데, 그 사진을 보고 동갑내기인 한 주부가 댓글을 남긴 것이다. 그 주부는 “효리 씨는 앉아도 뱃살이 안 접히니깐 부럽다. 난 정말 죽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댓글을 본 이효리는 사실 자신의 화보는 보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라며, 연예인 역시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효리는 원래 사진을 보면 다리가 무척 짧게 나왔다며, 이를 보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연예인은 화려한 직업이며, 대중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켜 주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은 물론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그들이 늘 ‘예쁜 모습’, 그것도 획일화된 미의 기준만 제시한다면,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결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때로는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하얀 피부에 오똑한 코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예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또 내면을 가꿈으로서 영혼을 맑게 유지하는 것일 테지만, 너도 나도 외모를 외쳐대는 세상에서 그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외침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외모에 대한 집착, 성형의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예인의 책임감은 무엇이고 대중의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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