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매직아이는 위태롭다. 시청률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주 화요일이면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이효리, 문소리 때문이 더 컸다. 그러나 첫 회 이후 바뀌었다. 이제는 홍진경 때문에 이 위태로운 토크쇼를 기다리게 된다. 그녀의 솔직하고도 아픈 고백들에 박수를 쳐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가수 유채영의 죽음과 그녀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직업에 처절하리만큼 충실했던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은 바 있다. 홍진경이 그럴 상황은 아니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지만, 어쨌든 홍진경의 고백은 매직아이의 그저 가볍기만 한 수다에 조금은 무게를 얹어주고 있다.
이번 방송에서 홍진경이 한 고백은 전처럼 아프지는 않았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 투병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을 때보다 더 용기가 필요했었을 고백이었다. 홍진경의 고백은 가슴확대수술을 했다가 몇 달 만에 복원했다는 것이다. 흔한 쌍커풀도 아니고 가슴이라는 점에서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고백이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이번 주 주제에서 홍진경이 가장 자격을 갖췄다고도 할 수 있었다.
반면 이 매직아이의 중심일 거라 기대했던 이효리는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정말 실망하고 싶지 않은 이효리지만 아직 토크쇼의 엠씨가 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일단 시작하자마자 일본어를 남발했다. 그것도 맞는 일본어도 아니다. 게스트로 나온 헨리의 피부를 보면서 이효리는 “모찌모찌야”라고 했다. 찹쌀떡 같다는 의미로 한 말인데, 사석에서의 언어습관이 여과되지 않고 나온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한참 뒤에는 헨리가 민소매에 대해서 말하자 “나시”라고 대신 말해주는 과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토크쇼의 엠씨라면 게스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대화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바른 언어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식으로 일본어나 영어를 사용할 상황이라면 몰라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평소 언어습관은 반드시 여과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매직아이의 정체성이 정확치는 않지만 최소한 방송이라는 긴장감마저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