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제2차관 신재민이 말하면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 신재민이 KBS 사장 해임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하면 ‘대통령이 해임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YTN을 민영화시키겠다고 하면 ‘YTN은 사영화되는 것’이다. 신재민이야 자신의 권력놀음에 즐겁겠지만, 시청자들과 더불어 관련 구성원들은 참혹한 시기를 견뎌내야 한다.

▲ 한국방송광고공사 PR광고. ⓒ코바코
지난 4월 말 방송학회와 언론학회 등이 함께 열었던 제주도 봄철정기학술대회에 신재민이 내려왔다. 그 때 방송계에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비롯한 5공의 잔재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연설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때만 해도 ‘신재민의 엽기적 도발’ 수준에서 많은 관전자들이 평가했을 뿐. 하지만 지금의 신재민은 ‘짐이 곧 법이요’라고 외쳤던 루이14세의 그 오만함에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신재민의 이 발언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코바코 해체를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올 해 안에 코바코 해체 및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 지역방송과 종교라디오방송을 말살하겠다는 의지를 각종 보고서와 더불어 대통령 직무보고에서도 밝힌다. 하지만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시민사회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또 절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데 기획재정부가 나섰다. 공기업 선진화 대상으로 코바코를 끼어 넣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 해고를 구조조정이라고 분칠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한 정부가 김대중 정부라면, 공기업을 사기업에게 팔아넘겨 국민들의 재산을 특정 개인의 사적 소유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이명박 정부의 말장난이다.

수많은 공기업이 적자에 허덕이던 시절, 공기업에 대해서 메스를 들어야겠다는 여론이 가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십 수 년 간 우리나라 공기업은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해 왔고, 이제는 대체로 경영의 정상화와 더불어 흑자기조 속에서 시장에서 의미 있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방송계만 보아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 순항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YTN이요, 적자를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유일한 기업이 코바코다. 독점이라서 적자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그 동안 독점기업들이 낸 적자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바코를 사영화시키려는 정치적 노림수를 덮기 위해 ‘독점기업’이라는 논리적 껍데기로 덮어놓은 것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서 한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방통위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민영방송이 오히려 공영방송보다 정부가 '조종'하기는 더 쉽지 않냐"는 의미의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 질문에 "어떻게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민영방송·민간기업을 통제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는 현실적 의미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MBC장악을 위한 광고판매대행사의 사영화다.

▲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전경 ⓒ미디어스
현재 코바코는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다. MBC 광고도 코바코가 한다. 그래서 코바코가 존재하는 한 MBC에 가는 광고물량을 조작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KBS2와 SBS 그리고 MBC는 각 프로그램 시청률에 연동되어 광고가 들어간다. 때문에 코바코가 유사한 시청률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KBS2나 SBS에 광고를 밀어주고 MBC는 물 먹이는 행위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민영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하면, MBC 광고판매대행사(MBC미디어렙)에게는 광고를 주지 말도록 압박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각 방송사 광고판매대행사의 역량에 따라 광고물량이 결정되고, 그 역량은 정치권력을 업고 뛰는 역량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준은 시청률이 일차적인 기준이고 코바코가 영업해서 시청률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라면, 민영미디어렙의 도입은 MBC미디어렙 KBS미디어렙 SBS미디어렙이 등장, 시청률 기준보다 ‘정치적 보복과 보은’이 훨씬 더 강력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최시중 위원장마저 ‘공영방송보다 민영방송이 조종하기 쉽다’는 데 동의한 것처럼, 공영 미디어렙보다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서 지상파를 조종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다.

사실상 MBC는 지금처럼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마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내통하고 있는 자본권력에 의해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련 부서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오는 주장이 바로 이것이다. MBC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코바코 체제로는 어렵다, 민영미디어렙으로 전환, 민영미디어렙을 통해서 MBC를 통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결국 여러 가지 정치적 노림수가 있겠으나, 그 중 핵심은 바로 MBC를 통제하기 위한 우회적 수단이 바로 코바코 해체, 민영미디어렙 제도도입이라는 점이다.

더불어, MBC 내부의 일부 인사들이 코바코 해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작금의 행태는 참으로 반회사적인 행위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MBC의 시사교양프로그램 자체를 말살시키는 해사행위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이며, MBC 뉴스를 정치권력의 나팔수로 전락시키기 위해서 발 벗고 뛰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MBC 내부의 일부 인사들이 의도하든 안 하든, MBC를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들기 위한 기도로써 ‘코바코 해체 주장’이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KBS는 이미 장악했다. YTN도 고지가 눈앞이다. 이제 남은 것은 MBC뿐이다. MBC만 장악하면 현 정권은 사실상 장기집권의 기반을 완성한다. 그것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MBC 사영화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촉진할 수 있는 MBC 장악작전의 우회로가 바로 코바코 해체작전이다.

정권의 MBC장악 꼼수를 안에서 내응하며 코바코 해체·MBC 부정행위를 하고 있는 MBC 내부 인사에 대한 문책부터 우리의 싸움은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 MBC의 포획행위는 지역MBC의 포획으로 연결된다는 정권의 노림수는 서울MBC와 더불어 지역MBC에게 이제 서서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머리띠를 매고 거리에 나올 것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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