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지나고 숲은 더 이상 무성해지지 않습니다. 햇빛은 따사롭고 맑은 하늘이지만 숲은 성장을 멈추고 있습니다. 한없이 무성해질 것 같던 한삼덩굴도 칡덩굴도 더 이상 줄기를 뻗지 않고 새잎도 내지 않습니다. 숲이 성장을 멈추면 닫혔던 산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산 곳곳에 있는 묘지들 벌초한다고 닫혔던 산길이 열리고 무성하던 잎과 줄기가 조금씩 시들해지면서 산길을 열어줍니다. 가을 산은 곡식 익는 들판과 같이 풍성한 열매들이 가득합니다. 산열매들 따고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 발길이 또 산길을 열어줍니다.


산열매 따러 다니기 전에 효소창고 마무리 한다고 하루종일 돌 쌓기를 했습니다. 둥근 돌, 세모난 돌, 판판한 돌, 작은 돌, 큰 돌 모두 다르지만 다름이 한 몸이 되는 돌 쌓기는 항상 신기함을 줍니다. 주변에 돌이 많지만 돌 쌓기에 필요한 돌을 지어 나르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풀숲에 있는 돌 찾아 지게에 지어 나르고 하나씩 들어 쌓다 보면 흠뻑 땀에 젖습니다. 돌을 찾다가 숲이 더 이상 무성해지지 않고 멈춰있음을 발견합니다.

나무와 풀들이 성장을 멈추고 무얼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돌 찾기를 멈추고 나무와 풀들이 무얼 하는지 보기로 했습니다. 나무와 풀은 열매와 씨앗을 충실히 하고 있었습니다. 따사로운 햇빛과 살갗에 살랑거리는 바람, 시원해진 물을 영양분으로 조용히 열매와 씨앗을 키우고 있는 나무와 풀이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우리는 지금도 밖으로 드러나는 삶에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쓰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합니다. 더 넓은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권력, 명예를 위해 오늘도 모든 힘을 쏟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가 그리 열심히 줄기와 잎을 자라게 하고 꽃을 피워내는 이유는 나무와 풀들과 마찬가지로 열매와 씨앗을 튼실하게 키우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에게 열매와 씨앗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삶을 부지런히 살다가 때가 되면 열매와 씨앗을 키우는 지혜를 올 가을에는 나무와 풀에게서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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