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군도>가 폭발적인 가운데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는 한창 잘 나가는 두 배우의 영화가 맞붙었습니다. 바로 스칼렛 요한슨의 <루시>와 드웨인 존슨의 <허큘리스>입니다. 블랙 위도우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과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배우인 드웨인 존슨의 대결이라 더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결과는 다소 싱거웠습니다. 약을 먹고 두뇌를 풀가동한 <루시>는 신화 속 최고의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허큘리스>를 약 1,500만 불 차이로 어렵지 않게 꺾고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건, <루시>가 비슷한 타입의 1인 액션영화인 제레미 레너의 <본 레거시>와 안젤리나 졸리의 <솔트>보다도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단 점입니다. 당연히 <어벤져스>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블랙 위도우로 활약한 스칼렛 요한슨의 주연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드웨인 존슨 또한 액션스타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의외로 쉬운 싸움이 됐습니다.

유니버설 픽쳐는 <루시>로 <론 서바이버, 라이드 얼롱, 나쁜 이웃들>에 이어 네 번째로 3,500만 불 이상의 수입으로 데뷔한 영화를 갖게 됐습니다. 이 네 편은 모두 속편이나 리메이크, 프리퀄 등이 아닌 오리지널 영화라는 점에서 더 의의가 큽니다. 비록 <루시>는 현재 평가가 썩 좋은 편이 아니지만 최종 1억 불까지는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ucy>

<어벤져스>에서 블랙 위도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스칼렛 요한슨이 본격적으로 여전사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루시>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루시는 평범한 여성이었으나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능력을 얻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납치당하고 무언가를 운반하라는 강압에 떠밀렸는데, 배에 숨겨져 있던 그것이 루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엄청난 힘을 얻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극악무도하기로 유명한 미스터 장 캐릭터를 최민식이 연기했습니다. 예전에 까맣게 모르고 예고편을 보다가 깜짝 놀랐었네요. <루시>는 우리나라에서 9월 4일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 뤽 베송의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은 아닙니다.
<Hercules>

몇 달 전에 이미 극장에서 만났던 그리 신화 속 최고의 영웅인 헤라클레스가 이번엔 허큘리스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그 영화와 겹친다고 생각했던 건지 제목을 영어발음 그대로인 <허큘리스>로 한 것 같네요. 신화에서 보면 허큘리스는 태어날 때부터 헤라의 저주를 받다가 끝내 가족을 살해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 스스로 죽이진 않은 것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외 사자의 가죽을 입고 곤봉을 들고 있으며 네메아 계곡의 사자, 히드라, 멧돼지와 싸운 것 등은 원전과 동일합니다. <허큘리스>의 허큘리스는 가족이 죽고 방황하다가 트라키아의 왕과 공주의 청을 받고 하데스와 싸우러 갑니다. 드웨인 존슨의 상승한 입지가 대단해 보이지만 감독이 브랫 래트너라는 게 걸립니다. 레니 할린보다는 좀 나으려나요?

▲ 메타크리틱 전문가만 빼면 나쁘지 않네요.
<And So It Goes>

<앤드 소 잇 고우즈>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대통령의 연인> 등의 로맨틱한 영화와 <미저리, 어 퓨 굿 맨> 같은 스릴러를 넘나들었던 노장감독 롭 라이너의 신작입니다. 칠순을 앞둔 연세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애정은 식지를 않는군요. 이 영화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한 오렌은 자기중심적이며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부동산업자입니다. 평생 자기 밖에 몰랐던 그에게 별안간 아들이 찾아와서 있는지도 몰랐던 딸을 맡기고 떠납니다. 졸지에 손녀가 생겼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오렌은 이웃들로부터 조금씩 도움을 받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레아(다이앤 키튼)을 만납니다.

▲ 그래도 노장의 열정만은 빛나고 있습니다.
<A Most Wanted Man>​

근래 본 스파이 장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는 <스카이 폴>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입니다. 전자야 여러분도 다 아실 007 시리즈의 하나고, 후자는 이 장르의 대가로 꼽히는 소설가인 존 르 카레의 책이 원작입니다. 그는 실제로 영국정보기관에서 오래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작품의 완성도가 굉장히 뛰어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킴 필비 사건을 모태로 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만 보더라도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연출만큼 원작의 기여도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스트 원티드 맨>은 존 르 카레가 지난 2008년에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무대는 독일 함부르크. 체첸과 러시아 혈통으로 무슬림인 이사는 불법이민자로 살고 있으며 어디선가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는 우연히 만난 모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가다가 인권변호사인 애너벨을 만납니다. 애너벨은 이사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려고 하지만, 이로 인해서 미국과 독일 등의 정보부로부터 주목을 삽니다. 알고 보니 이사는 단순히 불법이민자가 아니라 다른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독일 정보부 소속인 군터는 애너벨을 강력하게 회유하여 이사와 연관이 있는 테러를 막을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이사와 애너벨은 사실 미끼일 뿐이었습니다.

▲ ​이 정도의 평점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것 같군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