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폭풍전야인 것만 같습니다. <트랜스포머 4>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을 거치고 차주에 <군도>와 <드래곤 길들이기 2>를 시작으로 대작이 줄을 지어서 개봉하기 때문일까요? 금주에는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은 영화가 눈에 띄질 않네요. 작품 특성상 <드래곤 길들이기 2>가 방학 때문에 그렇다면 <군도>는 한 주 일찍 개봉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근데 어째 요즘은 예전에 비해 할리우드가 블록버스터 개봉을 조금 이른 시점에 잡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4>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도 그렇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더 이른 시기에 개봉했죠. 이런 걸 보면 이제 할리우드는 전통적인 여름 시즌에 집착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얼마 전에 '박스오피스 모조'에서는 개봉일이 영화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차분한 금주의 극장가를 새로이 찾는 영화중에서 두 편을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언더 더 스킨

줄거리

식량이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보내진 에일리언 '로라'는 지구로 와서 여인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물체를 찾던 로라는 트럭을 몰고 스코틀랜드의 거리를 여행하면서 외로운 남자들을 유혹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점점 더 많은 남자들과 접촉하던 로라는 다정한 남자를 만나 사랑받는 여자의 기분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한다.

참고문

국내에서 <언더 더 스킨>을 어떻게 홍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행여라도 <스피시즈>와 같은 SF 스릴러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십중팔구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기존 이미지(?)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아예 노출과 SF 장르라는 인상을 머리에서 지우고 보세요. 뮤직비디오로도 유명한 감독인 조나단 글래이저는 <언더 더 스킨>을 아주 스산하고 몽환적이며 기이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비범한 이미지로 영상을 표현하고 있어서 실험영화로 보더라도 무방할 겁니다. 자칫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 볼 공산도 크지만 <언더 더 스킨>을 추천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좀 색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언더 더 스킨>이 제격입니다. 그렇다고 또 예술영화 운운하면서 지적 허세에 빠져드실 건 없고, 말 그대로 극장에서 숱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이런 영화도 있다는 걸 체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둘째, 이게 더 큰 이유인데, <언더 더 스킨>도 알고 보면 아주 새롭진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인간의 몸에 들어간다는 건 대표적으로 이미 50년도 더 전에 <신체 강탈자의 침입>에서 봤고, 하나로 수렴하긴 어렵지만 조나단 글래이저가 <언더 더 스킨>으로 품은 질문이자 주제도 크게 신선하진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더 시그널>과 비슷하지만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언더 더 스킨>은 연출에서 색다른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나단 글래이저는 이 영화에서 인간의 감정과 의식, 본성 등을 다루지만 시종일관 매우 무미건조하게 묘사합니다. 심지어 스코틀랜드의 풍부한 자연마저 황량하고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영화를 볼 때와 같은 감흥에서는 크게 동떨어져 있으나, 이것이야말로 <언더 더 스킨>이 어떤 영화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십분 전달하는 매개 역할을 합니다. 언뜻 굉장히 심플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조나단 글래이저가 담은 미려한 영상은 난해하면서도 새롭게 전해집니다. 이야기보다는 이미지에 탐닉하고 있는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시면 <언더 더 스킨>을 감상하기에 편할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 홀로 남겨진 아기를 응시하는 카메라와 엔딩 등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여태 본 스칼렌 요한슨의 연기 중 <언더 더 스킨>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것도 영화에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별점 ★★★★☆ 추천도 ★★★☆

프란시스 하

줄거리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단짝인 소피와 살고 있는 27세의 프란시스.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평범한 연습생 신세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애인과 헤어지고 믿었던 소피마저 독립을 선언하자 그녀의 일상은 꼬이기 시작한다. 직업도, 사랑도, 우정도 쉽지 않은 그녀는 과연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참고문

전주국제영화에서 제게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선사했던 영화가 바로 <프란시스 하>입니다. 이 영화는 해외에서 일찌감치 화제였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개봉하게 됐습니다. 까맣게 모르고 전주국제영화제에 갔다가 우연찮게 마침 상영한다는 걸 알고 잽싸게 관람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프란시스 하>를 추천하는 데는 많은 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세요! 역경을 극복하는 희망으로 가득한 청춘영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워낙 연출과 연기가 발랄해서 순식간에 푹 빠져듭니다.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이고 맹랑한 영화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 <프란시스 하>의 절대매력입니다. 노아 바움바흐의 연출도 연출이고 주인공인 프란시스 하를 연기한 그레타 거윅은 최고입니다. 향수와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프란시스 하>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특히 여성분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낙담하지 않는 프란시스의 에너지를 보면서 희망을 갖길 바랍니다.

별점 ★★★★☆ 추천도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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