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일부 상임위원들이 유재천 KBS 이사장의 이사 선임과 신태섭 전 이사 해임 과정 등에서 소외됐으며, 이에 대해 해당 상임위원들이 “위원회가 청와대 거수기냐”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10일 국회 문방부 방통위 업무보고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어 “최근 KBS 이사 선임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비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방통위의 5월30일 제12차, 7월18일 제 20차 전체회의 속기록을 열람한 결과, 방통위가 김금수 전 KBS이사장과 신태섭 전 이사를 대신할 신임 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일부 상임위원이 거수기로 전락했던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여의도통신

방통위가 최 의원에게 제출한 속기록엔 위원 이름이 삭제돼 정확한 해당 인물은 확인되지 않지만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이경자, 이병기 위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 의원이 공개한 속기록을 보면, 한 상임위원은 지난 5월30일 유재천 이사장을 추천 결정했던 전체회의에서 “어제 제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기자가 붙잡고 ‘결정(유재천 이사)되셨다는데 아느냐?’라고 물어서 굉장히 당황했다”며 “내일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것을 지금 결정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한 뒤, 헤어지고 들어와서 기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사는 유재천 이사장 내정 소식을 전한 5월29일 미디어스 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상임위원은 “이렇게 확정됐다는 것을 우리는 사후에 알고 여기에서 위원들이 고무도장을 찍는 곳이냐. 그렇게 미리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사후에 거수기 노릇을 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회의는 계속 진행돼, 현 유재천 이사장을 추천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상임위원이 “마음이 무겁다”라면서 “절차상 구겨진 부분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결에 의해 표결에 부친다면 소수의견을 남겼으면 한다”고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최문순 의원은 “유재천 이사가 확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먼저 이뤄지고 추천권한을 갖는 방송통신위원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유재천 이사는 결국 대통령과 여당 몫 방통위원에 의해 단수 추천되고 이사로 확정돼, 위원들 표현에서 드러났듯 일부 위원은 거수기 노릇을 한 것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신태섭 이사 해임과 강성철 신임 이사 추천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7월18일 제20차 전체회의에 올라온 신태섭 이사 해임 안건이 위원장을 제외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4인 중 절반이 알지 못한 상황에서 상정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속기록에는 당시 한 상임위원이 “우리가 십리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안건의 성격과 관계없이 오늘 아침에 이 자리에 와서 긴급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것을 보고는 많이 당혹스럽다”며 “전화 한 통화 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화급한 안건이었냐”고 따진 것으로 나와 있다.

특히 신태섭 이사 해임에 이어 강성철 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한 상임위원은 “진짜 이런 회의 진행은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것 같다”며 신임 이사 추천 표결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상임위원은 “그 분에 대해서 판단할 충분한 근거도 없다”며 “저는 오늘 추천 인사에 대한 표결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표결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안건상정에 대해 회의 전 충분히 미리 통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고지되지도 않았다"며 "보궐이사 선임을 30일 안에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비민주적 방식과 절차상의 심각한 하자에 대해 방통위원의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선임절차가 강행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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