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예능 <룸메이트>에서 당혹스러운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결코 나와서는 안 되는 장면이 생방송도 아닌 녹화에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한 것은 제작진이 얼마나 안전 문제에 둔감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졸음운전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박봄 논란에는 O.K, 고장 난 렌터카에 졸음운전 방치

고급 렌터카를 빌렸지만 한 대는 에어콘이 고장 나 모두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가스 주입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기계 자체를 교체해야 할 정도라는 점에서 황당하게 다가왔습니다. 제작진이 복불복 게임이라도 하듯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면 이상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케이블 방송과 함께 연예인들의 셰어 하우스를 보여주는 유사한 형식의 방송이 SB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이 한 집에 머물며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형식의 예능 <룸메이트>는 방송사의 기대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형식은 과거에 유행했던 방식의 변형입니다. 인터넷이 일상이 되면서 전 세계는 조지오웰이 <1984>에서 그린 빅브라더스 현실이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관찰형 예능은 <빅브라더>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탔고, 이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었습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이 예능은 미국으로 건너갔고, 수많은 변형을 통해 현재도 관찰형 예능이 큰 관심을 받는 것을 보면 흥미롭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훔쳐보기는 더 뒤로 가면 에디슨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아버지가 에디슨이 아니라 프랑스의 뤼미에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핍쇼와 극장의 차이였습니다. 에디슨은(조수가 발명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자신이 발명한 도구를 활용해 영화로 발전시키기보다는 야한 사진을 돈을 받고 보여주는 핍쇼로 활용했습니다.

핍쇼는 말 그대로 작은 구멍으로 은밀한 사진을 보는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가 곧 훔쳐보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도구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예능의 형식은 어쩌면 에디슨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관찰형 예능의 한 갈래인 <룸메이트>는 시작 시점 많은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연예인들이 모여 사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봄이라는 악재가 오히려 <룸메이트>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연예인들 같으면 출연 정지가 당연해 보이지만 애틋하기만 한 SBS와 YG의 밀월관계는 편집 없는 출연으로 보답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박봄과 관련한 논란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에서 쉽게 정리할 수준의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인 문제와 얽히면서 4년 전 이야기가 왜 지금 다시 논란이 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복잡한 셈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방송된 <룸메이트>는 당혹스러웠습니다. 함께 살던 그들이 여름을 맞아 캠핑을 가는 과정이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거주하는 집이 럭셔리한 만큼 그들에게 주어진 캠핑 역시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조건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작진이 준비한 캠핑카를 골라 타고 떠나는 여행은 그들만의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왔지만, 그 과정에서 상상도 못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강준과 찬열이 팀을 나눠서 서로의 팀원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과정이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준 팀에서 특별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노출되며 극과 극의 상황을 이끌어냈습니다.

강준과 찬열 팀의 멤버 구성도 그렇지만, 전혀 다른 차량의 상태로 인해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룸메이트>에서 불만과 논란의 중심이 되어가는 박민우는 캠핑장으로 가는 동안 박봄과 대립각을 세우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박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그렇지 않아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차 안을 불편하게 만드는 과정이 유쾌할 수는 없었습니다.

캠핑을 떠나기 전 음식물 쓰레기 문제로 인해 집에 남아 있던 박민우가 신성우에게 지적을 받고 홀로 설거지를 하는 과정도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박민우가 묵묵하게 설거지를 하는 과정에서 이소라와 말다툼 아닌 다툼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그대로 이어지며 아쉬움이 커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MT를 떠나는 과정 역시 매끄러운 전개는 아니었습니다.

최악은 운전대를 잡은 박민우가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에서 졸음운전을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졸음을 참아가며 자신이 무조건 운전을 하겠다고 나서는 장면부터 불안했습니다. 이런 불안함도 답답했지만 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다툼까지 일어난 모습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답답했습니다.

에어컨이 고장 난 상황에서 수리점을 찾았지만 하루가 넘게 걸린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목적지로 가야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너무 더워서 졸린다던 박민우는 실제 주행 중 잠깐 졸음 운전을 하는 황당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가드레일 쪽으로 향하던 차를 발견하고 급하게 차량을 정지시킨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박봄의 욕설이 '삐~' 처리되는 상황도 당혹스러웠습니다. 왜 그 장면을 담으려고 했는지가 의아합니다.

생중계도 아닌 상황에서 제작진이 이 모든 장면을 그대로 담은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를 봐야만 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전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예능에서 졸음운전을 유도하고,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하는 모습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심장이 뛴다>를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폐지시킨 SBS가 안전을 무시한 이런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에 내보내는 상황은 황당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혹시 조작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조작이 아니라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런 모든 과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졸음운전이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 자막으로 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고 아닌 예고를 하는 장면은 황당함으로 다가옵니다. 뒤에 제작진 차량이 따르던 상황에서 이들의 졸음운전은 비난을 받아 마땅했습니다. 조작이든 그렇지 않든 졸음운전 장면은 <룸메이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될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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