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아 대작이 쏟아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촐하게 개봉한 <좋은 친구들>은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기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한 덕분이었습니다. <좋은 친구들>은 극의 전반을 두루 아우르는 프롤로그의 배치도 그렇지만, 이 지점을 지나 들어가는 도입부는 세 친구의 캐릭터 묘사와 그 사이에 얽힌 관계를 담백하게 요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잘라내고 간결하게 풀어내면서도 사건의 전개에 필요한 발판을 까는 데는 충실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 대부분은 각 캐릭터의 성격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친구들>은 주변 인물을 슬며시 딱 필요한 만큼만 기용하면서 나머지는 오롯이 주인공 삼인방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도윤 감독의 이런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층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들> 속의 사건은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으나,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이 간섭하면서 세 친구의 우정이 궁지로 몰리고 마는 상황이 벌어지게 합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성격을 반영한 이도윤 감독의 연출은 사건보다는 캐릭터에게 비중을 높이 두면서 각자의 심리를 그리는 데 주력합니다. 이것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사건의 발생과 해결에서 긴장이 다소 결여됐다는 것은 아쉬운데, 선뜻 이걸 버리고 택했던 캐릭터의 심리묘사에 기인한 <좋은 친구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서정미가 살아납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깊은 우정을 가졌지만 얄궂은 운명에 의해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세 친구를 그린 영화에 짙은 페이소스를 더하는 양념으로 보태졌습니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에서 옳은 판단을 하고 유지한 연출이 있었기에 <좋은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감히 이도윤 감독을 칭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올곧은 의지와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에서 신인 감독 이상으로 보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것도 하나씩은 있어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이광수의 설거지 장면을 보면서는 참 애달프더군요) 다만 연출에 비해서 각본의 완성도는 부족한 면이 조금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친구들>에서 이도윤 감독은 세 친구와 이들의 우정을 숭고한 것으로 남겨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워낙 캐릭터들을 애지중지 다루려고 하는 바람에 작위적으로 와 닿는 대목이 더러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중요한 결말이 그렇습니다. 프롤로그와 연결해 <좋은 친구들>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를 정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목표였을 텐데, 잔뜩 무게를 잡고 모호한 대사와 장면에 의존한 탓에 관객에게 쉬이 전달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좋은 친구들>은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걸 심심찮게 노출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주지훈이 연기한 인철이 혼자 무언가를 불태우는 장면에서 보이는 반응은 이야기의 맥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그 무언가를 손에 넣고 안 넣고는 <좋은 친구들>의 핵심 사안과 상관이 없습니다. 인철 또한 현태와의 대화로 인해 그걸 모를 리가 만무한데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보험 조사관이 비중에 비해 역할이 미미했던 것과 더불어 <좋은 친구들>의 각본은 디테일에서 이래저래 아쉽습니다. 이 점을 보완한다면 차기작에서는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겠습니다.

★★★☆

덧) 연출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지성은 무난하지만 안정적이고, 이광수는 예능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고, 주지훈은 셋 중에서 제일 돋보였습니다. 대성통곡하는 장면은 내면이 그대로 전달되더군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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