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1억 불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평가에서도 비교적 괜찮았던 <나쁜 이웃들>을 봤습니다. 왜 그렇게 반응이 좋았는지 궁금했는데 절로 수긍할 수 있겠더군요. <나쁜 이웃들>은 아기를 갖고 신혼을 즐기는 부부의 옆집에 대학의 남학생 클럽이 자리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클럽이지 밤새 시끄럽고 너저분하게 파티하는 게 목적인 애들이라서 소음 문제로 갈등이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벌어지기도 하니 <나쁜 이웃들>이 남의 일로만 보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다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는 것도 일상적입니다.

그 와중에 두 집은 자신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부부는 결혼과 출산으로 잃어버렸던 청춘과 무료한 삶을 나쁜 이웃과 만나면서 본의 아니게 잠시 회복했으나 끝내는 현재의 소중함을 끌어안습니다. 클럽의 회장은 마냥 몰두했던 향락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현실을 외면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 반성합니다. 이들을 통해 <나쁜 이웃들>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줍니다. 마냥 웃긴 게 아니라 짠........ 하든지 말든지 다 집어치우고!

HELL, YEAH, FXXK!!! 바로 이겁니다!!! 제가 <밀리언 웨이즈>에게 기대했으나 실망했던 미국식 화장실 유머의 진수가 <나쁜 이웃들>에서는 줄기차게 쏟아집니다. 아주 그냥 도입부부터 빵~빵~빵~ 터지기 시작합니다. 극장에서 이렇게 미친 듯이 웃어본 건 오랜만이네요. 물론 선호하는 개그 코드에 따라서 <나쁜 이웃들>을 보며 기겁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저처럼 미국식 화장실 유머에 환장하시는 분에게는 강추합니다. <밀리언 웨이즈>가 예고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면 <나쁜 이웃들>의 그것은 진짜 말 그대로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깨알 같은 패러디 등이 영화 내내 유머를 던지는 것도 최고였습니다. 그런 연유로 영화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나쁜 이웃들>을 즐기기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배트맨을 놓고 벌어지는 상황은 세대차이가 문화에서 이렇게도 얼마든지 드러난다는 걸 잘 보여준 예입니다.

<나쁜 이웃들>이 더 좋았던 건 본분을 지킬 줄 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지저분하고 난잡한 유머를 토해내면서도 거기에 의미를 담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할리우드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이런 문제로 코미디 영화가 좌초하는 걸 숱하게 봤습니다. 웃기기만 하면 되는데 거기에 감동이나 메시지까지 억지로 삽입하려고 하니 있던 재미마저 사라지게 만듭니다. 반면 <나쁜 이웃들>은 적절한 시점에서 선을 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게끔 만드는 재주를 발휘합니다. 오버하지 않고 설교하지 않으면서 간결하게 전달하는 작은 감동이면 족합니다.

★★★★

덧) 잭 에프론은 이제 분위기 잡는 건 그만하고 <나쁜 이웃들>처럼 망가지는 연기를 더 기대합니다. 훨씬 좋네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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