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시작된 KBS 새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준기, 남상미, 유오성, 전혜빈 등의 출연진이 눈과 귀를 일단 즐겁게 해줄 것이 분명했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연기에 대한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조선총잡이의 첫 소감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점이다. 상업 드라마가 가져야 할 오락성과 사극으로서의 의미 추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시소처럼 오락가락하며 흥미로운 전개를 가져가고 있다.

물론 조선총잡이는 픽션이다. 이 드라마는 우선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신화창조 공모전 수상작인 기승태의 조선총잡이를 원안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대본의 골격이 좋다는 의미다. 기승태는 영화 잔혹한 출근, 강력3반 등을 집필했고, 이시영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부자의 탄생의 원안 작가이기도 하다. 아무튼 튼튼한 원안 위에 작가 이정우, 한희정이 대본을 집필한다.

드라마의 배경은 조선말기, 조선왕조가 끝나가는 시기이다. 그 격랑의 시기를 한 무사의 성장을 통해 그려간다. 전체적으로 대단히 무겁고 처절할 것이라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주인공 이준기와 남상미의 장난스러운 티격태격이 이 드라마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막아준다.

그나저나 이준기는 항상 더운 여름에 사극을 한다. 아랑사또전이 8월에 시작했고, 일지매는 7월 후반에 끝났다. 이번에도 한여름을 목전에 두고 사극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준기의 호쾌한 액션과 진지한 연기가 더위와 맞설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거기에 이준기와의 숙명적 상대인 유오성의 카리스마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역할이 다소 작기는 하지만 사극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배우 이민우의 차진 연기도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 분명하다.

박윤강(이준기)은 조선제일검 박진한(최재성)의 아들이다. 신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는 시기에 조선제일검이라는 존재는 자랑스럽기보다는 쇠락하는 구시대의 쓸쓸한 상징일 뿐이다. 칼 대신 총이라는 가공할 무기가 대세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박윤강 역시 조선제일검의 아들이지만 결국 칼 대신 총을 잡게 된다는 대강의 이야기이다. 물론 박윤강은 그 혼탁한 시기에 불의에 맞서며 민중의 영웅으로 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설정이다.

이 드라마에서 총이 상징하는 것은 암살이다. 그것도 나라를 개혁하고, 개방하려는 왕의 의지를 막아서기 위한 정치적 암살이다. 스나이퍼의 총에 칼로 대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만큼 결국 젊은 박윤강이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고 칼 대신 총으로 암살에, 불의에 맞서 복수와 정의를 세운다는 줄거리이다.

과거 추노에서 저격신이 몇 번 있었지만 스나이퍼로 변신하는 이준기는 좀 더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날카로운 이준기의 눈이 누구보다 스나이퍼와 어울리기 때문이다. 픽션이기는 하지만 한 왕조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대한 상징수법으로는 일단 새롭고 또한 흥미로운 설정이라는 것이 반갑고 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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