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긴급대담을 편성하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을 전체 공개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전파낭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MBC는 20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창극 후보자 자격논란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긴급대담 문창국 총리 후보자 논란>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MBC 대담 사회는 김상운 논설실장이 맡았으며 보수 측 패널로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와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가 참석했다. 진보 측 패널로는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유창선 정치평론가가 나섰다.

▲ MBC는 20일 오후10시 문창극 후보자와 관련한 긴급대담을 편성, 전파낭비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대담은 MBC가 문창극 후보자의 논란이 된 교회 강연 전체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부터 논란이 됐다. MBC는 대담을 통해 ‘동영상 전체를 보고 시청자들이 판단하라’는 입장이었지만, 문 후보자와 그를 옹호하는 여권 인사들의 논리와 같은 맥락이라는 점부터 기획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는 지적이 높다.

“MBC 전체 동영상 공개 문제” VS “KBS 앞뒤 자르고 트는 것은 문제”

당장 진보 측 패널 손석춘 교수는 “공영방송 MBC가 저런 동영상을 저렇게 오래 틀어도 좋은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손석춘 교수는 “문창극 후보자는 조선 왕조를 살았던 조선인들이 게으르고 더럽고 무능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선교사를 통해 기독교가 들어와 상당히 나아졌다는 논리”라며 “이 분의 생각이 얼마나 틀려 있는지 길게 설명을 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석춘 교수는 “(문창극 후보가 옹호한)윤치호도 일기에 ‘조선민족은 스스로 자립할 수 없다’고 쓴다.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 윤치호는 일본 귀족이 된다”면서 “반대의 말을 드리겠다. 조선인들은 갑오농민전쟁, 의병활동, 독립 3·1운동을 벌인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교수는 “윤치호가 조선민족은 자립능력이 없다고 썼을 때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 보수 측 홍성걸 교수와 진보 측 손석춘 교수
손석춘 교수는 “문창극 씨가 교회 장로로 신앙생활을 하는 분이면 이런 이야기를 할 이유도 없다”며 “그런데 이 분이 총리를 하겠다고 나선 분이고 ‘국가 기본부터 바꾸겠다’고 한다. 그 바꾸겠다는 모습이 이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의 ‘역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보수패널로 참석한 홍성걸 교수는 “총리 지명 전의 일”, “간증일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특히, 손석춘 교수의 발언에 대해 “들을 가치가 있어야 듣지”라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도중 말을 끊기도 했다.

홍성걸 교수는 MBC가 대담을 통해 문창극 후보자의 교회연설 전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KBS가 앞뒤 자르고 트는 건 괜찮고, MBC가 전체를 트는 것은 안 되느냐”면서 “문창극 후보자는 간증하는 것이다. 간증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걸 교수는 “문창극 후보자가 공중파를 통해 저런 말을 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런데 저 분은 온누리 교회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느님의 중요성, 하느님의 역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하는 말”이라고 논란을 축소시켰다. 홍 교수는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있으면서 ‘서울시 봉헌’으로 문제가 있지만, 문창극 후보자는 저 당시 장로의 자격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것을 총리로 지명되니 간증을 앞뒤 맥락 자르고 그것만 방송하면서 친일파적이고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매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성걸 교수는 또한 문창극 후보자의 무상급식 등 복지론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시각의 차”라고 옹호했다.

이날 MBC대담에서 또 다른 보수패널 이진곤 객원교수 역시 문창극 후보의 교회 연설에 대해 “간증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며 홍성걸 교수와 입장을 달리했다.

이진곤 객원교수는 “하느님의 역사를 말하자니 우리의 과거를 지나치게 과잉·비하하는 것”이라며 “문창극 후보자의 말에 전혀 찬성하고 지지할 수 없다. 당시는 왕조국가였고 지배계층이 타락했을 때 백성들은 더 치열하게 싸웠다. 우리민족의 DNA는 치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객원교수는 “간증을 하면서 (일제)역사를 끌어들이고 오해·곡했다. 저런 말은 오류이고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진보패널 유창선 정치평론가 역시 “(홍성걸 교수는 자꾸 간증의 문제로 논란을 축소시키는데)한 사람의 역사관이나 철학이라는 것은 교회 안과 밖이 다를 수 없다”며 “만일, 다르다면 그것이야 말로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유 정치평론가는 “특히, 문창극 후보자는 역사관도 문제이지만 신앙관도 문제다. 그렇다면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것이냐. 종교관도 역사관도 편향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문창극 후보자 인사청문회 진행해야 하나

이날 MBC 대담에서 손석춘 교수와 홍성걸 교수는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에 대한 의견도 정반대로 갈렸다.

홍성걸 교수는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고 이대로 물러난다면) 중견 언론인의 친일이라는 역사적 인식을 인정하고 가는 꼴”이라며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국격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 보수 측 이진곤 객원교수와 진보 측 유창선 정치평론가
홍성걸 교수는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에 대해 문제가 되는 지 안 되는 지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따져봐야 한다”면서 “국민들도 칼럼, 몇 사람의 주장에 동조해 친일파 논쟁에 휩쓸리는 것이 민주주의 지속을 위협하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훈계조로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손석춘 교수는 “문창극 후보자의 동영상 전체를 보고도 청문회를 계속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냐”고 물으며 “인사청문회라는 제도를 인정해야하는 것 맞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식의 칼럼과 연설을 했던 사람을 총리로 지명했을 리 없다는 실낱같은 기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임명철회 및 자진사퇴)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수 측 패널 이진곤 객원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도 문창극 후보자에게 솔직히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버티라던가 아니면 사퇴를 하라고 하던가”라고 지적했다. 이 객원교수는 또한 “현 시점에서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건, 임명철회를 하건, 청문회에서 부결되던 정부의 책임은 불가피하다”며 “문 후보자의 제청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했다. 최종 책임은 김 실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MBC대담 진행을 맡았던 김상운 논설실장은 “시청하신 강연 내용을 짚어보고 비교하면서 어떻게 느끼셨냐.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께 맡긴다”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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