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장이 결국, 해임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후, KBS이사회가 전날 제출한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길환영 사장은 6년 전 정연주 사장에 이어 KBS에서 ‘해임’되는 두 번째 사장이 됐다.

2008년 8월 8일, KBS이사회(이사장 유재천)는 정연주 사장 해임에 찬성하는 6명의 이사(강성철, 권혁부, 박만, 방석호, 유재천, 이춘호)만이 참석한 가운데 해임 제청안을 가결했다.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으로 3일 만에 해임이 이뤄졌고, 정연주 사장은 해임 과정과 결과 모두 부당하다며 해임무효 확인소송,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했다.

▲ 왼쪽부터 2008년 8월 11일 해임된 KBS 정연주 사장, 2014년 6월 10일 해임된 KBS 길환영 사장 (사진=KBS)

6년이 흐른 2014년 상황도 큰 틀은 비슷하다.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는 5일 이사회를 열어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7:4로 가결했다. KBS이사회는 9일 오후 해임 제청안을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한 서류 접수를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에 보냈고 대통령은 하루 만에 서명했다. 길환영 사장은 해임 제청안과 함께 자신의 직무정지를 의결한 이사회의 결정에 불복, 9일 서울남부지법에 해임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KBS 최고 의결 기관인 KBS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가결, 임기가 남은 KBS 사장들의 불복 및 해임무효 확인소송 제기 등 ‘단면’만을 본다면 정연주, 길환영 사장의 상황은 일견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정연주, 길환영 사장이 각각 ‘해임’에 이르기까지의 면면은 판이하다.

◇ 대통령이 KBS 사장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정연주 사장 해임 당시(2008년)에는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논쟁 지점이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면’(임명과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으나,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된 이후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방송법 제50조 2항)고만 돼 있어 ‘해임’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당시 언론학계, 언론시민단체 등은 개정된 방송법을 근거로 ‘대통령은 KBS 사장을 해임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이 주어질 경우, 이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흔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정연주 사장은 이 부분에 주목해 ‘해임제청 결의 효력정지 및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대중 대통령, 신기남 의원 등 통합방송법 논의에 참여했던 이들도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KBS 사장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임기 보장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꿨다”, “대통령에게 면직권이 있으면 임기제가 소용없다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많았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찬성해 통과된 것”이라며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는 해임 제청안 가결 3일 만에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 이명박 정부의 뜻과 상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2008년 8월 22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판사 윤성근)는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대통령의 임면권이 임명권으로 표현이 변경됐지만, 임명은 통상 해임을 포함하는 개념인 데다 해임을 배제하기 위한 별도 규정과 근거가 없다”며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은 ‘현행법상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사회의 해임 제청 결의의 효력과 집행은 이미 대통령의 해임 처분에 흡수되어 별개로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 ‘이사회의 해임 제청’ 역시 문제없다고 보았다.

2009년 11월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정형식)도 “현행 방송법에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임명 권한 자체에는 당연히 해임 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대통령의 해임권을 거듭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날 정연주 사장이 제기한 해임확인 무효소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 판단은 재량권을 일탈한 측면이 인정돼 KBS 사장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음에도 대통령의 해임권에 대해서는 이전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이 내용은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최종 선고에도 반영돼, 법적 판단은 일단 완결된 상태다. 길환영 사장은 KBS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가결에 불복해 9일 해임무효 확인소송을 냈으나,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 권한이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 KBS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가결 과정

KBS이사회가 각각 해임 제청안을 가결하기까지의 과정도 확연히 다르다.

2008년 8월 8일, KBS이사회(이사장 유재천)는 제대로 된 꼴도 갖추지 못한 채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했다. 7명의 여당 추천 이사 가운데 해외여행으로 빠진 이춘발 이사를 제외한 6명이 표결을 강행했다.

특히 이사회가 열리는 KBS 본관에 경찰이 대거 투입돼 문제가 됐다. KBS 구성원들은 이날을 ‘8·8 사태’라며 ‘KBS가 공권력에게 유린, 침탈된 날’로 여기고 있다. 당시 경찰은 수백여명의 인원을 배치해 표결 강행을 막으려는 KBS 구성원들과 정면충돌했다. 경찰은 KBS 구성원조차 신분을 일일이 확인한 후 출입을 시켰고, 정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야당이사 4명의 출입을 20여분 간 막아 비판받기도 했다.

▲ 2008년 8월 8일, KBS이사회(이사장 유재천)는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에 찬성하는 이사 6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을 강행했다. 이때 유재천 이사장은 경찰력 투입을 요청했고, KBS 내부에 공권력이 진입해 KBS 구성원들과 대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미디어스)

KBS이사회는 해임 제청안 가결 과정에서 절차적 결함을 다수 노출했다. 이사회 안건 내용을 이사들, 사장, 감사 등에게 미리 통보하지 않았고, 당사자에게 사장 징계절차에 필수적인 ‘청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여기에 자격 박탈된 신태섭 이사 대신 보궐이사가 된 강성철 부산대 교수의 자격 시비 문제까지, ‘이사회 의결’에 위법 소지를 다툴 만한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유재천 이사장이 8월 8일 이사회에 경찰력 투입을 요청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은 확산됐다.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 시도에 맞서 만들어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은 8월 19일, 유재천 이사장과 경찰을 특수주거침입 및 집단폭행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사원행동은 △KBS는 국가 1급 보안시설로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시에는 KBS 경영진이 직접 요청해야만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는 점 △KBS 구성원들은 단순히 항의의 뜻을 전했을 뿐 위협이나 폭행을 하지 않았기에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경찰 투입을 했다’는 유재천 이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고발 취지로 밝혔다.

이와 달리 2014년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는 안건 제출, 상정, 표결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진행했다. 야당 추천 이사 4인(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은 5월 19일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했고, 26일 여야 이사 합의로 해당 안건을 상정했다. 28일 의결이 연기돼 6월 5일 재차 이사회를 열었고, 여당이사 3인이 마음을 돌려 7:4로 해임 제청안이 가결됐다.

정연주 사장 때와 상반되게 이번에는 △자격 시비가 있는 이사가 없었고 △11인 이사 전원이 참석했으며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이라는 안건이라는 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고 △길환영 사장에게 수차례의 소명 기회도 주어졌다. 경찰력 투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재현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해임의 핵심 사유

해임의 핵심 사유도 차이가 있다. 정연주 사장 해임 당시 KBS이사회가 가장 강조한 것은 ‘무능경영’이었다. KBS이사회(유재천)는 △경영수지의 적자 구조화 △인사관리의 난맥상과 자의적 인사권 행사 △방송의 공정성 훼손 사례 △개인 이익을 위한 권한 남용의 사례 △관리 부재, 기강해이의 사례 △국가 1급 보안시설 보호의무 방기 사례 등 해임 사유를 총 6가지로 정리했다. 그 중에서도 ‘2004년 대규모 적자, 2007회계연도 1172억 누적 사업 손실, 2008회계연도 347억 적자’ 등의 사례를 들며 경영 적자 고착화를 가장 문제 삼았다.

또 다른 핵심 사유는 ‘배임죄’였다. 2008년 5월 14일, KBS 전 직원 조상운 씨는 ‘연임이라는 개인적 목적을 위해 KBS에 손해를 입혔다’며 정연주 사장을 고발했다. 정 사장이 KBS 경영 부실을 이유로 물러날 위기에 처하자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국세청과 급히 합의, 실제 환급액 2448억 원 중 556억 원만 받아 회사에 1892억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8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규진)은 “KBS는 법원 권고 아래 장기간 국세청과 상의하며 의견을 조율했고, 1년 넘게 내·외부 전문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등 조정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경영 부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배임죄라는 검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2년 1월 12일 대법원(주심 양창수 대법관)이 원심을 확정함으로써 정 사장은 결국 배임 혐의를 벗었다.

정연주 사장은 해임무효 확인소송 최종 판결에서도 승소했다.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절차상 하자와 재량권 남용이 있으니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해임 처분이 무효하다고 할 만큼 명백한 위법성은 없다”면서도 “원고에게 일부 경영상의 잘못은 있으나 해임 사유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해임의 부당성’을 분명히 했다.

반면 길환영 사장을 해임에 이르게 한 결정적 사유는 ‘방송 독립성 침해’였다. △윤창중 아이템을 톱 뉴스에서 내릴 것 △국정원 대선개입 건을 뒤로 보낼 것 △박근혜 대통령 동정은 20분 내 뉴스 초반에 보도할 것 △세월호 보도 때 해경 비판을 자제할 것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 주문을 받아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해 왔다’고 한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가 주효했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보도 시 해경 비판 자제 등 길환영 사장이 매우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보도에 개입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5월 17일 뉴스9에 해당 내용이 보도된 모습 (사진=KBS 뉴스9 캡처)

야당이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보도통제 의혹 확산에 따른 공사의 공공성과 공신력 훼손’을 해임의 첫 번째 사유로 꼽았으나 여당이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6월 5일 가결된 해임 제청안에는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3가지 사유만 담겼다.

야당이사들은 해임 제청 사유 변경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KBS 보도본부를 시작으로 한 간부들의 줄사퇴,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양대 노조의 파업을 촉발시킨 원인은 길 사장의 ‘방송 독립성 침해’라는 점이 명백하고, 관련 내용이 해임 제청안에 적시돼 있기 때문에 무관하다는 의미다. 이미 법률 검토를 거쳐 하자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길환영 사장은 당초 해임 제청안의 핵심 사유가 빠졌다는 점을 문제 삼아 해임무효 확인소송을 걸었다. 이 부분의 경우에는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에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존재한다.

◇ KBS 내·외부 반응

무엇보다 가장 다른 것은 두 사장의 해임을 바라보는 KBS 내·외부의 상황과 반응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는 KBS 사장 교체를 꾀하는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 있었다.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두고 ‘불법 해임’, ‘방송장악 음모’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MB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008년 5월 KBS이사회 김금수 이사장을 두 차례 만나 정 사장 사퇴에 대해 압박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KBS 사장은 방송의 중립성 측면도 고려해야겠지만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최적임자인지를 검증하고 재신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신동아> 8월호 인터뷰)며 정 사장의 해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며 보조를 맞췄다.

KBS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 이하 KBS노조)이 재임 기간 동안 CEO로서의 평가가 나쁘다며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을 벌였으나 이에 반기를 드는 내부 세력도 상당수였다. 8·8 사태 이후 생긴 사원행동이 대표적이다. 사원행동은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정권이 주도하는 정연주 퇴진 투쟁에 발맞춘 KBS노조와 대립각을 세웠고,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로 발전했다.

KBS노조는 해임 6개월 전인 2008년 2월부터 정연주 사장의 공식사퇴를 요구했으나, ‘정권교체가 됐으니 사장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했기에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정권의 KBS 사장 교체에 반대하는 세가 더 컸다. 당시 만들어진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은 야당 등 정치권, 언론시민단체, 네티즌까지 아우르는 범국민적 연대기구로, 방송장악 시도 규탄 촛불을 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정권 차원의 KBS 사장 교체 움직임에 대해 언론시민사회계는 반발했다. 사진은 2008년 6월 15일, 정연주 사장 퇴진에 반대하는 아고라 시민들이 '사수 정연주'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KBS 내부에서조차 사장 퇴진 견해가 갈렸던 과거와 달리 2014년에는 보직, 직종, 노조를 불문하고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퇴진’을 외쳤다. 시발점은 노조가 아니었다. 1년 5개월 동안 보도국을 책임져 온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였다. 공영방송의 사장이 정권에 휘둘리며 입맛에 맞는 보도를 주도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KBS 구성원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했다.

5월 16일, 보도본부 부장단과 팀장단이 직을 내려놨다. KBS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를 비롯한 KBS 기자들이 19일부터 제작거부를 시작했고,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가결이 불발된 29일에는 양대 노조가 사상 최초로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의 16개 직능단체가 한 뜻을 모았고, KBS 직원 2198명은 KBS이사회에 해임을 호소하는 서명을 전달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길환영 사장 사퇴가 KBS 정상화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지·본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계에서도 KBS 구성원들의 내부 투쟁을 독려하는 성명을 잇따라 냈다. 언론시민사회단체 44곳도 KBS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 가결을 요구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 관련 김시곤 전 국장의 망언과 KBS의 부실한 '세월호 보도'에 대해 사과받기 위해 늦은 밤 KBS 앞까지 항의방문을 온 시민들의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부끄럽다"며 반성문을 쓴 기자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고,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설 때 승리하길 바란다며 응원을 보냈다.

정치권도 반응했다. 현직 국회의원 103명 중 102명이 길환영 사장 자진사퇴에, 전원이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해당 설문에 단 5명 참여하는 등 소극적이었으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이상일 의원처럼 “현 사장(길환영) 하의 KBS는 사망선고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소신을 밝힌 경우도 있었다.

6년 간격을 두고 벌어진 KBS의 ‘사장 해임’ 두 사례를 두고, 어느 하나는 옳고 다른 하나는 그르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른 일일지 모른다. 다만 앞서 언급한 비교를 통해, 권력이 주체가 되어 위력적으로 진행됐던 2008년 정연주 사장의 해임에 비해 2014년 길환영 사장이 해임되는 과정은 의사 결정을 합의하는 KBS 내외 주체들의 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의 '밀도'가 훨씬 높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방송법 제44조 1항)이 공영방송 사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라는 점을 되새겼다는 점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의의를 지닌다.

▲ 2009년 KBS는 양대 노조 체제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KBS노동조합(KBS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 노조)는 길환영 사장 퇴진 및 KBS 정상화라는 하나의 구호를 내걸고 지난달 29일부터 공동 총파업을 벌였다. 사진은 5일 오후 KBS이사회의 해임 재청안 가결에 앞서 공동 총회를 중인 양대 노조의 모습. 왼쪽부터 KBS노조 백용규 위원장, 새 노조 권오훈 본부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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