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또 갔다 오세요?" "어딜 또 갔다 옵니다." "주말 내내 데이트-" "형수님, 제발 남의 일에 신경 좀-" "끌 수가 없지요. 이게 다 가족-" "일이라도 참견-" "못할 일이 어디-" "여기" "그럴 순" "있지요." "에이, 너무 까칠-" "-한 거 알면 제발." "오케이!"

이따금 네티즌에게서 회자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명장면 중 하나인, 박해미-최민용의 입씨름 신이다. 형수님과 도련님 사이로 분한 두 사람은 그 관계에 어울리지 않게 줄곧 말다툼을 벌이곤 했는데 원인은 옥탑방을 지어 따로 살 만큼 본인의 사생활 문제에 예민한 최민용을 최강의 참견쟁이인 박해미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시로 감시하고 참견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짓궂은 장난에 당해왔던 최민용은 성인이 되자 본격적으로 불쾌함을 항변하기 시작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두 사람의 호흡이 좀 잘 맞았던 게 아니었다. 순간 놀랐던 것은 공식 러브라인이 아닌 천적 관계임에도 어쩜 이리 애정 전선이 느껴지는가? 이었다. 분명 입과 몸으로 치고받는 관계임에도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는 연인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최근 한 일간지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마주했다. 하이킥, 최민용이 7년 만에 연예계 복귀하나? 라는 의문과 기대의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벌써 고전 시트콤으로 들어가는 하이킥 시리즈의 첫 시즌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나고 7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필모그래피를 찾아봐도 2007년의 거침없이 하이킥, 그리고 단막극 연애의 발견에 잠깐 출연한 것 외에는 공식적인 활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최민용이다.

그럼에도 옛날 사람 같지 않고 아직도 브라운관에 출연하면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일 것 같아서 또 한편으로는 놀라운 그다. 추욱 늘어진 눈매와 키다리 아저씨 같은 껑충한 체격. 까칠하고 예민하면서도 한편 헛똑똑이의 기운이 느껴졌던 원조 까칠한 도시 남자의 매력이.

벌써 37세인 최민용은 지난 3일, 연예계 지인의 출간기념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 기사 내용에 따르면 그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역시 기자들에게도 ‘연애의 발견’ 제작발표회 이후 7년 만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참 까마득한 세월이다. 그럼에도 특유의 외모는 7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최민용표 나른한 어른 남자의 이미지는 쉽사리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제 된 시트콤 중 하나였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월등한 활약을 보였던 인물은 단연 최민용이었다. 일단 출연 분량도 가장 많았던 데다가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중심인물이었으니까. 하이킥의 주요 관계인 4각 러브라인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제자로 출연 중이었던 박민영과 사제지간의 웃음과 감동, 그리고 남녀 사이의 묘한 기류가 흐르는 모호한 관계를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정일우의 삼촌으로서 삼촌과 조카 사이의 연적과 가족, 그리고 사제지간의 교류를 자유롭게 넘나든 사람 또한 최민용이었다.

시트콤의 제왕 김병욱 감독이 순풍 산부인과 시절부터 놓치지 않은 소위 ‘삼촌’ 캐릭터의 완성형이 바로 최민용이라는 캐릭터였다. 그는 순풍 산부인과의 김찬우, 이창훈. 똑바로 살아라의 안재환의 뒤를 이은 장난꾸러기 엘리트 역할을 공고히 했다. 장난스럽고 남의 일에 무심한듯하지만, 간혹 해결사로 나서며 못하는 일이 없는. 모든 러브라인의 중심에 서 있고 까칠하면서 또한 다정한 어른 남자의 면모를 보이는 특유의 나른함과 여유가 매력적인 캐릭터다. 김병욱의 시트콤에서 드물게 학원물인 거침없이 하이킥은 이런 삼촌 캐릭터의 완성형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최민용의 연기를 통해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회상할 때마다 최민용을 찾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그립다, 그의 연기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들. 그건 여전히 그의 이미지가 낡지 않고 2014년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매력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최민용을 향해 역시나 복귀 의사를 묻는 말이 쏟아졌고 최민용의 측근은 여전히 그는 주저하고 있다고 전한다.

7년 전의 소속사 분쟁으로 너무 오랜 기간을 쉬었고 그 기간 쌓인 두려움이 쉽사리 복귀 의향을 전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MBC의 인기 예능인 ‘나 혼자 산다’의 섭외를 받는 등 관계자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그것 또한 반갑고도 안타까운 이야기다. 새삼 나 혼자 산다의 프로그램과 최민용 특유의 멀끔한 엘리트 노숙자 이미지를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그만큼 최민용의 캐릭터가 여전히 방송가에 통하는 희소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7년 전의 소속사 분쟁으로 큰 상처를 받은 최민용은 농담인지 진심인지 “현재 산에서 살고 있다.”는 기인 같은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네티즌의 기대처럼 다시 활약을 해줄지 아니면 여전히 지난 7년과 같은 시간을 보낼지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2014년에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특유의 매력이 브라운관에서 빛나길, 시청자는 여전히 기대 중이라는 사실만큼은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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