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나 혼자 산다>는 부제로 참 좋은 시절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김광규의 집들이에 하필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배우 세 명이 초대받은 것 때문에도 그렇지만, 그들이 집들이에서 보여준 소탈한 모습들은 그대로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광규의 집들이를 좋은 시절로 만든 일등주역은 이미 꽃할배로 다큐형 예능에 발군의 재능을 보인 바 있는 배우 이서진이었다는 데 또한 주목하게 된다.
김광규 집들이에 와서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이서진의 예능에서의 매력은 위선 없는 태도, 그러면서 살짝은 악동 같은 모습이라는 점이다. 꽃할배에서는 선생님들을 모셔야 하는 짐꾼이기에 다 드러내지 못한 이서진의 악동본능이 온전히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더 새삼스럽게 그런 이서진을 발굴해 예능으로 끌어들인 나영석 PD의 캐스팅 능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어쨌든 투덜이 이서진 덕분에 집주인 김광규는 덩달아 투덜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요구사항 많은 이서진 덕분에 분주히 거실과 주방을 오가야 했지만 그런 모습이 고급 식당의 근사한 메뉴로는 절대 얻지 못할 사람냄새 나는 회식풍경이었다. 모두 투덜이 이서진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서진의 까칠함 뒤에는 혼자 사는 남자 김광규에 대한 따뜻함이 더 만져졌다.
사실 그런 이서진의 모습이 가공된 연예인의 모습인지 아니면 진짜로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자연인의 모습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그것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절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이서진과 생활로 엮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꽃할배에 이어 나 혼자 산다에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이서진의 뭔가 까다로우면서도 동시에 허술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성격은 아마도 꾸미지 않은 모습일 거라 여겨진다. 어쨌든 투덜이 이서진 덕분에 외로운 김광규의 집들이도, 나 혼자 산다도 모처럼 훈훈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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