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가졌는데 엄마가 쓰고, 엄마는 개구쟁이야!!” 이렇게 귀여운 모녀가 또 있을까요? 남산만 한 배를 하고 무릎팍 도사를 찾아왔는데 그 모습이 여전히 소녀 같았던 사랑스러운 엄마 강혜정. 앳된 얼굴과 신선한 감각이 여전히 만년 소년, 소녀 같은 타블로, 강혜정 부부가 다섯 살 하루의 부모라는 사실이 문득 낯설어요.

무릎팍 도사에서 배속의 아이에게 전하는 기발한 생각과 참신한 감각들이 남편 타블로 못지않다고 느꼈던 강혜정이기에 그녀의 자녀 교육법 또한 제겐 남다른 관심사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아빠를 당황하게 하는 직언을 툭툭 날리는 의젓함과 참신한 발상, 그리고 남다른 순수함이 엄마와 아빠를 쏙 빼닮은 하루. 그들에게 아이는 하루라는 예쁜 이름처럼 삶 그 이상의 의미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사카에서 공연하는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모녀만의 첫 여행을 준비한 두 사람. 오사카의 명물이라는 다코야키도 나누어 먹고 스티커 사진을 찍는데 볼을 부풀린 그 귀여운 모습이 누가 아이고 누가 엄마인지를 알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습니다. 아빠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플래카드를 만들며 아옹다옹하는 사랑스러움 또한 모녀라기보다는 친구 사이 같았죠.

아빠가 하루의 메시지를 알아볼 수 있게 이름을 쓰라고 했더니 모음을 빼먹은 귀여운 하루. 그걸 두고 아이가 알기 쉽게 ‘손잡이’라고 표현하는 강혜정과 일단 눈에 띄는 위치에 ‘ㅏ’를 쓰고 보는 하루. 얼떨결에 ‘이하롸’가 되어버린 이름을 보곤 너그럽게 웃으며 상냥하게 고쳐 써준 강혜정. 정작 본인은 남편의 그룹명인 에픽하이의 철자를 틀리게 쓰고 기뻐합니다.

놀이처럼 교육처럼 플래카드를 만들며 교감을 나누는 모녀. 자막처럼 지극정성으로 꼼꼼하게 에픽하이를 칠하던 강혜정은 예쁜 색을 가진 하루에게 분홍색 펜을 빌리려 합니다. “에픽은 뭘 할까? 하루 좋아하는 핑크색 한 번만 쓰면 안 돼?” 느닷없는 봉변에 커지는 하루의 목소리가 너무나 귀엽습니다. “어?!” 그러자 손가락을 뻗어 하루가 쳐다보는 핑크색 펜을 꼭 집어 가리키는 강혜정.

“안 돼.” 잠깐 생각했다가 그래도 안 되겠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하루. 힘으로 뺏을 만도 한데 어디까지나 강요나 위압 아닌 부탁하는 모양새로 펜을 빌리려 하는 강혜정.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물론 분홍색 펜이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나누어 쓰는 마음을 놀이 같은 교육에서 가르치려 함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마냥 싫다는 게 아니라 곰곰이 고민해보고 고개를 젓는 하루의 신중함 또한 엄마의 차분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루는 욕심쟁이야~” 하루가 얼마나 똑소리 나는 교육을 받았는지가 느껴졌던 장면. 거하게 야단을 맞은 것도 아니고 그저 욕심쟁이라는 한마디에 잠시 입술을 샐쭉하고는 시무룩해져선 선의를 베푸는 하루. “써어~” 위압이 아닌 타협과 이해로 양해를 구해서 펜을 빌린 강혜정은 기쁜 얼굴로 이름을 색칠합니다. 물론 하루의 예쁜 마음을 칭찬하는 일 또한 잊지 않죠. “고마워, 정말 예뻐.”

그런데 하루가 양해한 이상으로 엄마가 쓰는 양이 좀 많았나 봅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하루를 제지하다가 눈치를 보며 펜을 내려놓는 강혜정. “엄마 줬다. 하루한테.” “조금만 있으면 어떡해애!!” 엄마와의 대화를 기다렸다는 듯 불쑥 칭얼대기 시작하는 하루. 문 열고 나가려는 것은 포기하고 엄마에게 다가와선 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울먹이는 딸을 강혜정은 눈을 마주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줍니다. 딸의 서러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면서요.

“엄마가 하루 좋아하는 핑크색 쓴 게 그렇게 속상해?” “응!” “하루가 핑크색 아끼는 거였어?” “응! 비밀이었어. 비밀!” 핑크색을 좋아하는 게 혼자만의 비밀이었다는 하루. 그저 귀여워서 웃음만 나오는 아이의 대답인데 강혜정은 그 마음마저 고스란히 해석해 소통하더군요. “비밀이었어? 그런데 엄마가 봤어? 그게 속상한 거야?” "하루가 너무 아끼는 건데 엄마가 홀랑 써버려서 너무 미안해?"

보통 아이가 이렇게 울음을 터뜨리고 칭얼대면 난감하고 답답해져서 이따금 짜증이 날만도 한데 하루의 우는 모습은 그저 귀엽기만 하더라고요. 그저 마냥 억지를 쓰며 우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서러웠던 심경을 울먹이면서도 알려주고 소통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먼저 가졌는데 엄마가 쓰고 엄마는 개구쟁이야!!” 아이고, 서러운 마음을 하소연한답시고 엄마가 미워서 던진 표현이 ‘개구쟁이’라니. 이 아이가 얼마나 때 묻지 않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이것보다 더 놀라운 강혜정의 교육법은 따로 있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웠던지 급기야 펜을 던져버린 하루. 참을성 있게 아이를 달래주던 강혜정은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이의 폭력성이나 버릇없는 태도만큼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굳게 다짐한 얼굴을 하고선 하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엄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갖고 와.”

서러움을 온몸으로 호소하지만, 미동 하나 없이 엄격한 태도로 “갖고 와.”만을 반복하는 엄마. 결국, 울먹이면서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던졌던 펜을 들고 오는 하루. 조금은 자존심도 상했을 테고 여전히 서러움이 남아있겠지만 그럼에도 도를 넘는 떼를 쓰거나 엄마의 말을 무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화난다고 집어 던지는 행동 굉장히 나쁜 거야. 이것도 마찬가지야. 얘가 뭘 잘못했어. 하루 기분 나쁘다고 막 이렇게 집어 던지고 그러는 거 되게 나쁜 거야.” 엄격하지만 다정함이 서려 있는 엄마의 목소리. 강혜정은 끝끝내 아이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그런 행동은 안 하는 거야.” 꺽꺽대면서도 "네!" 라고 대답하는 하루.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서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야단치지 않거나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부모가 있습니다. 당신이 뭔데 우리 애, 기를 죽이느냐며 으름장을 놓기가 다반사죠. 강혜정 또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하루를 혼내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야단치는 건 힘들어요. 되게 미안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게 지금 ”안 돼!“ ”이건 아닌 것 같애!“라는 걸 제대로 인식시켜주지 않으면 ”아, 이건 괜찮구나.“ ”이게 먹히는구나.“ 이렇게 생각할까 봐.”

그녀도 아직 엄마의 정도를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종종 실수하곤 한다는 강혜정. “'참을 인' 자 세 개를 긋다가 그 마지막에 점 하나를 못 찍고 버럭하는 순간이 와요. 그러면 정말 아이가 받았을 상처까지 다 제 몫이 되는 거예요.” 하루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두 배, 세 배, 다섯 배로 마음이 아프다는 감성적인 엄마, 강혜정.

혼냈다가도 많이 안아주고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습니다. 언제나 하루 편인 아빠를 내세워 “아빠에게 말할 거야.”라는 아이의 귀여운 으름장을 애교 있게 받아주는 강혜정. “아빠한테 말하지 마, 아빠 무서워.” 하루에게는 슈퍼맨일 아빠, 타블로를 기사님으로 내세운 말이 초라해지지 않게 겁먹은 체를 하며 아빠의 사기를 높여주는 강혜정의 모습 또한 참 현명하게 느껴지는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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