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 시리즈가 탄생한 지 올해로 15년째가 됐다. 2000년 <엑스맨>을 시작으로 2003년 <엑스맨 2>, 2006년 <엑스맨 – 최후의 전쟁>, 2011년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그리고 2014년 올해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엑스맨 - 퓨처 패스트)까지. 엑스맨 시리즈의 역사는 쉼 없이 이어져 왔다.
<엑스맨>은 기존의 다른 시리즈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차별성의 띠고 있다. 작품과 작품이 맞물려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이 강박관념으로 여겨질 만큼 철저하게 맞아 떨어진다. 설사 감독이나 그 외의 제작진이 모두 뒤바뀌는 경우가 생긴다 해도 말이다. <엑스맨>은 액션이 아니라 스토리에 중심을 둔 마블사의 유일한 영웅기다.
사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주인공이긴 하나, 영화는 그들을 돌연변이라 정의하며 세상에 버려진 자들로 묘사한다. 악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영웅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작품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들을 향한 인간들의 편협한 시선에 대한 질타다. 한 마디로 엑스라는 특별한 유전자를 지닌 돌연변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항변인 것이다.
돌연변이들 중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울버린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엑스맨>의 프리퀄 형식으로 제작되어 개봉하기도 했었다. 2009년 <엑스맨 탄생 – 울버린>, 2013년 <더 울버린>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이는 울버린으로 상징화된 돌연변이들의 존재감을 제대로 된 <엑스맨>이 탄생할 때까지 관객들에게 상기시켜 주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울버린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아끌지 못했다. 흥행 면에서도 완성도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얻어내질 못했다. 모든 돌연변이들을 한 데 모을 필요성이 절실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이후 3년 만에 <엑스맨 – 퓨쳐 패스트>가 탄생된 것이다. 그것도 기존의 돌연변이들을 모두 불러들이고, 그들의 젊은 시절까지 끌어들이며, 이 복잡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시작한 감독에게 메가폰을 쥐게 하고서는 말이다.
그렇다. <엑스맨 – 퓨처 패스트>의 감독은 브라이언 싱어다. 그는 <엑스맨>과 <엑스맨 2> 를 연출했다. 돌연변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아버지가 다시 그들을 위해 돌아온 셈이다. 그 후로 이어진 <엑스맨> 시리즈는 브렛 레트너, 매튜 본 등 다른 감독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연출력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님을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엑스맨>에 열광하는 이들은 브라이언 싱어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돌연변이를 탄생시킨 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내고 해석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엑스맨> 시리즈로 다시 돌아온 브라이언 싱어의 귀환은 관객들의 요구에 의한 순응이자 보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가 그린 돌연변이의 이야기는 확실히 달랐다. 센티널이라는 로봇이 돌연변이들은 물론 인간들마저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알게 된 엑스맨들이 센티널이 만들어지기 전으로 돌아가 찰스 무리들과 매그니토 무리들이 함께 힘을 합쳐 그 계획을 막는다는 내용은 그리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타임워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수없이 많이 제작된 바 있으니까.
<엑스맨 – 퓨처 패스트>는 인간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혐오감, 거부감, 적대감을 느끼며 그것이 심화될 경우 패가 갈리고 분열을 일으키며 평화를 깨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돌연변이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 다른 존재임을, 그리고 세상에 어떤 것도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데 모든 연출력을 동원한 것이다.
빈약한 액션을 완벽한 메시지 전달로 대신했다. 그리고 그들의 본격적인 활약은 2016년에 개봉할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넘겼다. <엑스맨 – 퓨처 패스트>에서 울버린은 세상의 역사와 돌연변이들의 역사를 바꿨다. 그것으로 제 몫을 다한 작품이다. 명장 브라이언 싱어의 야심 찬 계획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듯하다. 이제 그의 깊은 철학적 메시지에 기분 좋게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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