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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 셋이 죽었다[현장] 고 염호석씨 추모문화제, 천명의 노동자 '삼성에서 울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5.20 21:38

20일 저녁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입구로 올라가는 계단. ‘삼성을 바꾸자’는 구호가 적힌 투쟁조끼를 입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여럿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집회에 자주 나오지 못했다. 미안해서 못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노조 결성 뒤 삼성서비스 노동자 셋이 죽었다.

이날 삼성사옥들 사이에서 고 염호석씨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추모 노래를 한 안동센터 조합원 김현수씨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2절 내내 울먹이던 그는 “살아서 만나리라”는 마지막 구절에 끝내 울어 버렸다. 깃발을 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던 동료들도 울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인 고 염호석씨는 정동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라고 썼다. 부모에게 남긴 부탁도 같았다. “제가 속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 장례를 치러 주세요”라고 썼다. 죽어서도 삼성과 싸웠다.

지난 18일 경찰은 고인의 유언이 아니라 삼성의 뜻에 따랐다. 경찰은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고 염호석씨 시신을 빼냈다. 고인의 어머니는 경찰에 “내 아들의 유언대로 하도록 유골함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유골함마저 빼돌렸다. 19일 노동자 천여 명은 삼성 서초사옥에서 무기한 노숙농성과 파업을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노조가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진보언론조차 이들의 파업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언론에 나온 삼성전자서비스의 반응은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전부다. 경찰은 삼성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이 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노동조합은 생활임금 보장, 노조탄압 중단, 위장폐업 철회, 고 염호석 분회장에 대한 사죄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원청 삼성전자서비스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노사 교섭을 대행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염호석씨의 죽음 전부터 어떤 요구안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경총, 언론 탓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점점 구석에 내몰리고 있다. 이날 경찰은 시신운구를 방해한 혐의로 라두식 수석부지회장 등 2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모두 “선을 넘지 말라”고 비난하고 있다.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은 분명 선을 넘었다. 그리고 사람이 셋이나 죽었다.

   
▲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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