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형이가 비춘 플래시 불빛에 찡그리는 얼굴마저 머나먼 나라의 김희선처럼 어여쁜 세윤이. 이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 정웅인 아빠의 손을 잡고 나풀나풀 계단을 내려오는데 멀리서도 보이는 긴 속눈썹을 휘어선 달빛처럼 웃어 보이는 그 얼굴이 복사꽃보다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진 몇 장에 천만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윤이를 후는 실물이 더 예쁜 아이라고 말했으니 그 어여쁨이야 오죽할까요.
하지만 두 번째로 만난 세윤이의 진짜 매력은 그저 사랑스러운 얼굴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세윤이는 예쁜 얼굴보다 빛나는 마음이 더 매력적인 소녀였어요. 정말 구김살 없는 아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밝고 건강한 세윤이는 첫 여행의 소감을 묻는 아빠에게 “매일 매일이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맑은 대답으로 웅인 아빠는 물론 듣는 사람 모두를 안도하게 합니다. 제작진이 붙여준 자막처럼 얼굴은 도시 전학생처럼 생겨선 새침한 구석 하나 없는 세윤이는 수돗물 터지는 소리를 "헤헤, 똥 싼다."라며 갸르륵 웃어대었죠.
그런 의미에서 세윤이 또한 어린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게 첫 여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친화력! 아직도 한밤중인 아빠를 내버려두고 정말 귀여운 민율이와 배려 넘치는 후 오빠를 찾으러 갈 만큼 정말이지 친구를 좋아하는 소녀, 세윤이. 그리고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세윤이는 후의 소녀 버전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만큼, 남다른 배려심을 가진 후와 많은 부분 닮아있었죠.
“내 손에 감격(?)이 없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다닌 후가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리자 그 말이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을 웃고는 우스운 얼굴을 만들어가며 후 오빠를 위로합니다. 계란이 깨진 게 우리 탓이라고 반성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오늘 계란 못 먹는다고 울면서 웃는 아이들. 그리고 “그래도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세윤이의 마무리.
계란을 온전하게 들고 가려면 짐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데 떨어진 점퍼와 파 뭉치를 다 넘겨주지 못하고 그 중 하나만 부탁했음에도 미안해하는 후. 몇 걸음 못 가서 이내 마음에 걸렸는지 “오빠가 그냥 파 들까?”라고 물어옵니다. 씩씩하게 “아니!”라고 대답한 세윤이가 거꾸로 파를 들고 위태롭게 걸어가자 부랴부랴 쫓아가선 기어이 파를 움켜쥐는 후. “오빠가 파 들게!”
두 자매의 맏언니인 세윤이는 유독 여동생인 빈이를 향한 배려가 각별합니다. 아빠들이 아옹다옹하며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제 세상인 듯 공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그런데 어째 가장 활발하게 뛰어놀아야 할 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후의 증언처럼 남자 스타일이었던 빈이가 세윤이의 등장 이후 무언가 소극적으로 변모해 버렸어요. 어두운 구석에서 고양이를 친구 삼아 놀고 있던 빈이. 그 모습을 발견한 세윤이의 반가운 얼굴과 살갑게 던진 한마디는 그야말로 어린이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죠. “빈이야! 같이 놀자!”
그리고 이날 어린 동생을 귀여워하고 보호해주려는 후와 세윤이의 배려 이상으로 눈에 들어온 또 하나의 ‘어른의 배려’는 이런 빈이와 세윤이의 관계를 질투와 충돌로 묘사하며 어른의 자극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은 제작진이었습니다.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환한 얼굴로 뛰어노는 세윤이와 홀로 사이드에 서선 고양이와 놀고 있는 빈이. 충분히 이야기를 뽑아낼 구실이 있는 장면입니다. 자막 몇 줄과 음침한 배경음만 첨부했더라도 요란한 장면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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