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에 대한 ‘방송개입’ 논란을 빚고 있는 청와대가 방송프로그램 내용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5·16쿠데타를 미화한 뉴라이트 출신의 박효종 전 교수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및 역사학자들은 '최안의 인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박효종 전 서울사범대 윤리교육과 교수를 추천하고 위원으로는 함귀용 변호사, 윤석민 서울대 교수를 추천할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박 교수는 박근혜 캠프 정치쇄신위원을 맡았던 전력도 있어 ‘보은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박효종 내정, 박근혜 정권이 방송을 이념적 통제하겠다는 속내”

이 사실이 알려지나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이하 역사정의실천연대)는 12일 “뉴라이트 인사인 박효종 교수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박 교수의 방통심의위원장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 박효종 정무간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국무총리실 업무보고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용준 인수위원장, 박 간사, 장훈 정무위원(사진=연합뉴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한국학 연구의 핵심적 기관이라 할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책임자를 죄다 뉴라이트 인사들로 채운 것도 모자라, 이제 방송을 방송통신정책을 다루는 주요 책임자 자리마저도 뉴라이트라니 기가 막힐 뿐”이라는 입장이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진 가운데,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공공성을 다시 확립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여러 대안을 고심하고 있는 시기”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회를 노렸던 것처럼 공안검사 출신에 이어 뉴라이트 인사 중용을 밀어붙이려는 작태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박근혜 정권이 방송을 공안차원을 넘어 이념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면서 “그런데 친일독재 미화 역사인식을 학교에서 가르치자고 주장하고, 역사교육을 이념 전쟁터로 만들어 황폐화시키는 일을 담당했던 박효종 교수는 그 자리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정성과는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박효종 전 교수의 우편향 인식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 전 교수는 대표적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해당 단체는 한국의 근현대사·경제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해 친일독재를 미화했다고 평가받는 <대안교과서 한국근대사>를 편찬한 곳이다. 박 전 교수는 이 같은 교과서 편찬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2005년 발표한 한 논문에서 기존의 독립운동사 연구를 ‘편협한 민족주의’에 입각했다고 비판했을 뿐 아니라, “일본 육사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나라를 중흥시켰으면 민족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사회 ‘좌빨’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2009년 5월 박효종 전 교수는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당시 손석희 진행자에 대해 “손석희 교수에게 좌파라고 해서 그것을 비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개념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당시 ‘좌파’라는 말만 들어도 비난을 받던 때여서 논란이 됐었다.

“박효종, 일본의 시각에 입각한 역사를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인물”

방통심의위 2기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다큐 <백년전쟁> ‘두 얼굴의 이승만’, ‘프레이저보고서 1부’에 대해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금지’ 위반으로 중징계(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내린 바 있다. 해당 심의는 현재 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박효종 전 교수가 방통심의위원장으로 있다면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고 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끝으로 “박근혜 정부가 독재·친일 미화도 모자라 식민지 근대화론처럼 철저하게 일본의 시각에 입각한 역사를 학교에서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인사를 방통심의위원장으로 내세우려 한다는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는 학술단체협의회 한상권 공동대표가 맡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정훈 위원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완기 상임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신승철 위원장,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사월혁명회 정동익 의장,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밤범이 회장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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