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벌어진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SBS에서 새로 선보인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1위를 차지했다. 12.3%의 시청률로 시작하자마자 정상에 오른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9.3%의 시청률을 기록한 MBC <개과천선>과 7.2%를 나타낸 KBS2 <골든크로스>를 가뿐히 따돌리며 기대치에 부응했다.

전작 <쓰리 데이즈>의 후광을 입은 덕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요즘 드라마 시청률의 추이를 보면 반드시 이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전작이 대박을 쳤다고 해서 후속작의 첫 회가 호쾌한 스타트를 끊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쓰리 데이즈>가 후속작의 탄탄대로를 보장해 줄만큼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고 볼 수도 없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첫 회 1위 수성은 외부적인 영향 덕분이 아니라 작품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매력들로 인함이 크다. 그 중에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배우들의 라인업이며, 그 배우들이 터트리고 있는 알싸한 연기의 향연이다. 특히나 짜릿한 연기를 준비하고 있는 배우들의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환상적인 하모니를 낼 듯하다.

가장 먼저 이승기와 차승원의 조합이 눈에 띈다. 예전 차승원이 주연으로 나섰던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이승기가 까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찰나에 가까운 깜짝 출연이었지만 당시 그의 출연은 많은 기사를 쏟아내게 할 만큼 화제가 됐었고,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 잠깐의 만남에도 그들은 포텐을 형성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한 작품에서 떡 하니 공동 주연을 맡게 됐으니 그 포텐은 두 말할 것 없이 클 수밖에.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차승원과 이승기, 투톱 구조를 기본 축으로 하고 있으며, 이야기는 이들의 갈등과 활약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첫 회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투샷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승원과 이승기가 마주하는 장면은 벌써부터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이승기는 상남자로서의 변신을 위해 한참 동안 웃통을 드러낼 만큼 몸을 다부지게 키웠다. 차승원은 언제 모델을 전직으로 삼았었냐는 듯 천상배우의 눈빛을 가지고 TV로 복귀했다. 이들 모두 남다른 각오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는 듯하다. 불미스러운 사생활, 정체된 연기력이라는 딜레마, 대중의 눈치를 봐야 했던 상황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결의가 잠깐이었지만 또렷하게 포착됐다.

차승원과 이승기가 만들어낸 투샷에서 전해지는 카리스마는 이들의 과거를 그린 아역배우들의 열연 덕분이기도 하다. 11년 전 은대구(이승기 분)의 어머니는 살인 사건의 목격자였고, 서판석(차승원 분)은 그녀에게 증언을 부탁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살인자는 결국 은대구 어머니를 죽이고 은대구에게까지 위협을 가하게 된다.

위기의 상황에서 은대구는 서판석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30분 후 도착한 사람은 서판석이 아닌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살인자였다. 그런데 그의 점퍼 속에서 서판석이 가지고 있어야 할 펜던트가 떨어진다. 은대구는 자신을 죽이려 한 자가 다름 아닌 서판석이었다고 오해를 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자 또한 서판석이 분명하다고. 11년이 흐른 후, 은대구는 원수라고 여기고 있는 서판석을 강남 경찰서에서 신입 경찰과 팀장의 관계로 조우한다. 그들은 이런 복잡한 사연으로 엮였고, 그 운명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다시 만났다.

아역배우들은 두 주인공들이 어떤 과거로 연결되었는지를 인상적인 연기로 그려냈다. 단 1회 만으로 그들의 사연을 압축시킨 연출력 또한 깔끔하고 명료하다. 아역배우들의 연기를 길게 잡아 끌 필요가 없음을 현명하게 파악했다. 여주인공 고아라와 얽힌 사연 역시 간단하면서 똑 부러지게 그려낸 것이 개운한 멋을 전해준다.

고아라가 맡은 어수선이라는 캐릭터는 마산 출신이다. 순간 <응답하라 1997>의 성나정이 떠올려졌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다시금 시청자들을 사로잡을까 하는 생각에 기대 반 걱정 반이 어렸다. 고아라에게 사투리 연기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배우 고아라의 연기 스타일을 하나로 고착화시키는 족쇄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 경찰서에 입성한 어수선에게 마산 가시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제작진은 그녀에게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 놓아준 연기를 재차 요구하지 않았다. 이 또한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고아라의 다른 면모를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고아라는 이 작품을 통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연기의 모습을 보여줄 확률이 높다.

이승기, 차승원, 고아라. 이들은 모두 이슈메이커들이었고, 지금도 그들은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한 작품에서 만나 전혀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컴백했으니 작품에 거는 기대가 한없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몸짱이 되어 돌아온 이승기, 성찰로 인해 연기가 깊어진 듯한 차승원,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고아라. 무엇보다 이들의 환상적인 조합이 대박 드라마로서의 행보를 가늠케 한다.

대중문화에 대한 통쾌한 쓴소리, 상쾌한 단소리 http://topicasia.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