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김시곤 보도국장은 최근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KBS 구성원들은 김시곤 보도국장이 있는한 '공정방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취재하고 있는 KBS 현장 기자들이 자사 보도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며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보도국장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해,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KBS 내부게시판에는 세월호 참사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38기~40기(3년 차 이내) 기자들의 자성의 글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관련 KBS 보도에 문제가 많았음을 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보도본부장 등이 참석하는 토론회는 제안한 글도 올라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청자에게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BS A기자는 내부게시판에 “KBS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어떠한 준칙도 없었다”며 “오히려 종편에 끌려다녔다”는 자성의 글을 게재했다.

A기자는 “사고 원인과 구조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가 주가 되어야 했다”며 “그러나 (KBS는)시청률에 급급해 유가족들의 감정과 사생활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에만 공력을 쏟았다”고 개탄했다. 실제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던 KBS 기자들에게는 눈물짜내기 식 인터뷰를 직접적으로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기자는 “눈물을 훔치며 나오는 분향객을 잡아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멘트를 따오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A기자는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현장 연결을 줄여야 했다”는 소견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사건 현장과 1Km 이상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취재진이 사고 해역 어딘가 떠 있다’는 이유로 의미 없는 중계를 연이어 내보냈다”며 “해상에 있던 기자들은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동어반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A기자는 또한 “KBS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키워주고 어깨를 다독여 주는 역할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며 “타사에 비해 압도적인 인력과 기술력을 갖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얼마나 한 것일까”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A기자는 “팽목항에선 KBS로고가 박힌 잠바를 입는 것조차 두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KBS기자들은)어떻게 하면 취재를 잘 해나갈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질타를 피해갈지 부터 고민하게 된다”고 KBS의 현주소를 꼬집기도 했다.

끝으로, A기자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KBS <뉴스9>를 통해 전달하고,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고 제안했다.

▲ KBS 기자들은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어떤 준칙도 없이, 종편에 끌려다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진은 KBS 뉴스 화면 캡처.

“올라오는 글을 보며 선배 기자들 역시 괴로워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KBS의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자, 선배 기자들까지 동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김성일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팽목항과 단원고 등을 직접 취재한 38기에서부터 40기, 입사 3년차 이내 기자들이 사내 게시판에 현장에서 느낀 글들을 많이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성일 사무처장은 “현재 올라온 글들은 공통적으로 보면, ‘KBS 보도가 잘못했다’는 것으로 보도본부장을 포함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가 필요하다는 내용들”이라며 “그런 글들을 보면서 선배 기자들 역시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S본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취재기자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정리해 8일(내일) 노보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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