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사당 ⓒ 여의도통신
지난 26일 18대 국회 원구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관심을 모았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이하 문광위)의 명단이 확정됐다. 이번 문광위 구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정부의 ‘언론 장악’ 국면 때문이다. 현재 여야 공방이 팽팽한 최시중 방통위원장, YTN, KBS 등 언론계 ‘낙하산 인사 파문’이 모두 문광위 관련 사안이다.

문광위의 소관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를 비롯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KBS, EBS,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광고공사,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한국언론재단 등으로 문화와 신문·방송·뉴미디어 분야 정책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17대 문광위에 비해 이번 문광위는 통신 및 융합 미디어 등까지 영역이 확장되면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문화·미디어 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이번 문광위 위원은 총 28명으로, 전체 18개 상임위 중 그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여야는 18대 문광위의 격상된 위치에 걸맞게 중진급 의원과 방송통신 전문가 등 그간 언론 노출이 잦은 의원들로 화려하게 진용을 구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만큼 정치권이 언론정책 관련 문광위에 전략적으로 큰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각 당의 중진급 의원들이 대거 배치된 점이 특이점으로 꼽힌다. 3선 이상 의원들은 위원장 고흥길 의원(한나라당·3선)을 포함해 홍사덕(한나라당·6선), 이경재(한나라당·4선), 정병국(한나라당·3선), 천정배(민주당·4선), 이종걸(민주당·3선), 송훈석(무소속·3선) 등 모두 7명에 달한다.

16대 국회부터 문광위만 고집해온 정병국 의원은 이번 한나라당 문광위원장 경선에서 고흥길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다시 배정됐다. 정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KBS 관련 국가기간방송법을 제출했고, 공영방송 및 한국방송광고공사 민영화 등을 앞장서 주장해온 터라 이번 문광위에서도 ‘활약’이 예상된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실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나라당 미디어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은 최근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문광위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한시적 기구인 언론장악저지대책위는 당분간 활동을 유지하면서 언론관련 현안 대응을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각 당의 원내수석부대표인 주호영(한나라당·재선)과 서갑원(민주당·재선), 김창수(자유선진당·초선) 의원이 모두 문광위에 합류했다. 또 각 당의 ‘입’ 대변인 출신의 나경원(한나라당·재선), 전병헌(민주당·재선) 의원이 각각 양당 문광위 간사를 맡았다. 이에 따라 양 당 간사가 ‘입’이 되어, 문광위를 여야간 정쟁과 관련, 정치 공세의 전략적 포스트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 문광위에는 기자, 아나운서 등 전직 언론인 의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매체별로는 조선일보 출신이 정치부장을 지낸 최구식(한나라당·재선), 진성호(한나라당·초선), 김창수(자유선진당·초선) 의원이고, 중앙일보는 편집국장 출신 고흥길(위원장·한나라당·3선), 홍사덕(한나라당·6선) 의원이며, 동아일보는 논설위원 및 정치부장 출신의 이경재(한나라당·4선)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한겨레 출신 장세환(민주당·초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를 거친 강승규(한나라당·초선) 의원 등 신문사 출신은 총 8명이다.

그 중 ‘조중동’ 출신 국회의원이 6명을 차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 평정’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진성호 의원이 신문 쪽 입장을 대변하며 야당을 맹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 출신에는 MBC 사장을 지낸 최문순(민주당·초선), KBS 기자 출신 안철환(한나라당·초선), KBS와 SBS 기자를 거친 허원세(한나라당·초선), MBC 아나운서 출신의 한선교(한나라당·재선), 동아방송 성우로 데뷔한 탤런트 김을동(친박연대·초선) 의원 등이 있다.

최문순 의원은 MBC 기자와 노동조합위원장을 거쳐 사장에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최 의원이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는 관망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통신계쪽 인사의 참여도 눈에 띈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의 변재일(민주당·재선) 의원과 KT 사장을 지낸 이용경(문광위 간사·창조한국당·초선), KT 상무와 통신 전문업체 텔넷웨어 회장을 거친 구본철(한나라당·초선) 의원 등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완성시키려는 한나라당과 이에 맞선 민주당 등 야권의 ‘정면 승부’는 오는 9월 1일 정기국회부터 펼쳐진다. 현재 정부의 강력한 언론정책 드라이브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문광위는 4년 내내 KBS, MBC 등 공영방송 민영화 및 신문방송의 상호 겸영허용 등 뜨거운 이슈에 대한 ‘격돌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언론 장악’이라며 정면 비판중인 민주당이 과연 ‘수의 열세’를 극복하고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민주당은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및 네티즌 활동과 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언론정책에 높은 비중을 두어 문광위 배치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언론정책에 대해서 안이한 입장이 다수인 것 같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연이은 낙하산 인사 등 언론 관련 현안에 대해 외부 시민사회보다 더디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총 28명의 18대 국회 문광위 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 한나라당 (16명)
고흥길(위원장), 나경원(간사), 강승규, 구본철, 김금래, 성윤환, 안형환, 이경재, 이정현, 정병국, 주호영, 진성호, 최구식, 한선교, 허원제, 홍사덕

○ 민주당 (8명)
전병헌(간사), 변재일, 서갑원, 이종걸, 장세환, 조영택, 천정배, 최문순

○ 선진과 창조의 모임 (2명)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교섭단체
이용경(간사·창조한국당), 김창수(자유선진당)

○ 비교섭단체 (2명)
김을동(친박연대), 송훈석(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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