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경규 씨가 골프장에 갔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이유는 뻔하다. 때가 어느 땐데 골프장에 가냐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모두가 슬퍼하고 있는 이때에 이경규 씨가 골프를 치러 간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 그 인식이 있었기에 이경규 씨에 대한 기사가 나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모두의 비극이고 모두의 아픔이다. 전보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웃기도 미안하고, 민망하며, 내게 즐거운 일이 생겨도, 웃긴 일이 있어도 마음 편히 즐거워할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임도 분명하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너무나 아픈, 뼈저리게 아픈 비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몰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한 개인이 골프장에 간 것이 크게 비난받을 만한 일이 될 순 없다. 아니 문제 자체가 될 일이 아니다. 그 골프장 약속이 개인에게 중요한 일일 수도 있고,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으며, 혹은 세상이 너무 답답해서 분노와 슬픔을 좀 해소하려 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 어떤 이유를 제시하더라도 그것은 타당하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의 상황에 따른 판단일 뿐이다. 우리는 같이 슬퍼할 수 있지만, 그 슬픔과 함께 자기의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책임과 의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 이경규 ⓒ SBS 힐링캠프
물론 이경규 같이 유명한 사람을 단순한 개인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반감을 지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이다. 그가 골프장에 가는 것이 공적인 행사도 아니었고, 방송에 관련된 일도 아니었으며, 공분을 살만한 어떤 잘못을 저지른 일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지인과 골프장에 갔을 뿐이다. 그것을 비난하는 것은 확실히 과하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3일 만에 6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때가 어느 땐데 거미 인간을 보러 극장에 가느냐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우리 모두가 안다. 같이 아파하더라도 개인의 삶은, 그 안에 웃음과 희망과 행복과 즐거움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 씨가 마치 대단한 잘못을 한 것처럼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가 골프장에 간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그저 논란을 일으키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가 지인들과 골프를 치러 간다는 것, 그의 사생팬이나 팬클럽에는 큰일일지 몰라도 일반 대중에게는 그저 사생활일 뿐이다.

때문에 '이경규'씨의 골프장 행에 대해 생각가 없으며, 그에 대해 특별한 판단을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그저 개인의 판단일 뿐이고, 이것은 '난 그냥 좀 안 그랬으면 좋겠어.', '어차피 개인의 일인데 무슨 상관이야.'라는 수준의 담론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비극 속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은 따로 있다.

▲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침몰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째서 세월호의 아이들은 제때에 구조되지 못했는가? 어째서 정부는 이 비극에 대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하며 제 삼자로 남으려 하는가? 어째서 언론은 실제와 다른 보도를 일삼았는가? 어째서 승선한 승객들의 정확한 숫자도 파악되지 않는가? 어째서 안전행정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가? 어째서 관련 전문가들이 하나둘씩 인터뷰를 하지 않기 시작했는가? 어째서 해경은 민간잠수부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는가? 해경과 언딘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어째서 우리의 불쌍한 아이들은 물 밑에서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는가? 그리고 여전히 그 밑에 있어야만 하는가? 과연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그렇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들, 꼭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반드시 해결을 봐야 하는 문제들은 바로 저것들이다. 다른 어떤 이슈들이 인터넷을 채우고, 뉴스를 덮어도, 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비극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떤 개인의 취미생활이 아니다. 우리가 눈 돌리지 말고 지켜봐야 할 것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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