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경규 씨가 골프장에 갔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이유는 뻔하다. 때가 어느 땐데 골프장에 가냐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모두가 슬퍼하고 있는 이때에 이경규 씨가 골프를 치러 간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 그 인식이 있었기에 이경규 씨에 대한 기사가 나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모두의 비극이고 모두의 아픔이다. 전보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웃기도 미안하고, 민망하며, 내게 즐거운 일이 생겨도, 웃긴 일이 있어도 마음 편히 즐거워할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임도 분명하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너무나 아픈, 뼈저리게 아픈 비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몰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한 개인이 골프장에 간 것이 크게 비난받을 만한 일이 될 순 없다. 아니 문제 자체가 될 일이 아니다. 그 골프장 약속이 개인에게 중요한 일일 수도 있고,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으며, 혹은 세상이 너무 답답해서 분노와 슬픔을 좀 해소하려 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 어떤 이유를 제시하더라도 그것은 타당하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의 상황에 따른 판단일 뿐이다. 우리는 같이 슬퍼할 수 있지만, 그 슬픔과 함께 자기의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책임과 의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 씨가 마치 대단한 잘못을 한 것처럼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가 골프장에 간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그저 논란을 일으키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가 지인들과 골프를 치러 간다는 것, 그의 사생팬이나 팬클럽에는 큰일일지 몰라도 일반 대중에게는 그저 사생활일 뿐이다.
때문에 '이경규'씨의 골프장 행에 대해 생각가 없으며, 그에 대해 특별한 판단을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그저 개인의 판단일 뿐이고, 이것은 '난 그냥 좀 안 그랬으면 좋겠어.', '어차피 개인의 일인데 무슨 상관이야.'라는 수준의 담론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비극 속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은 따로 있다.
그렇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들, 꼭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반드시 해결을 봐야 하는 문제들은 바로 저것들이다. 다른 어떤 이슈들이 인터넷을 채우고, 뉴스를 덮어도, 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비극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떤 개인의 취미생활이 아니다. 우리가 눈 돌리지 말고 지켜봐야 할 것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