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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조선일보, 운동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향'으로 포장"[인터뷰]조선일보가 '전향자'라고 한 서울대 총학생회장 이경환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4.11 17:29

지난 8일 치러진 제56대 서울대 총학생회 재선거에서 정후보 이경환씨(물리학부 05학번)와 부후보 김예나씨(국어국문학과 10학번)가 속한 '디테일' 선본이 득표율 52.8%(4707표)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현재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9일과 10일 연이틀,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연예인급’의 인터뷰 일정을 소화중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세 살 때 사고를 당해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을 잃은 이경환 총학생회장이 ‘서울대 역사상 최초의 장애인 총학생회장’으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9일자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다. 이 인터뷰 기사는 <“친북左派 데모꾼이었던 나 / 광우병 시위 때 운동권에 회의... / 그날로 데모꾼 생활 접었다”>란 제목으로 13면 탑에 크게 실렸다. 
 
<미디어스>는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 대한 심경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그 일문일답의 내용이다.  
 
   
▲ 9일자 조선일보 13면 기사
 
미디어스: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놀랐겠다. 기사 제목과 내용이 많이 달랐다.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이하 ‘이경환’): 처음엔 매우 당황스러웠다. 정정보도 요청을 하고 언론중재위로 가져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기자를 괴롭히는 일이 될까 생각도 하였고, 56대 총학생회의 첫 번째 업무가 <조선일보>를 상대하는 일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해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프레시안>에 문의해야 할지 <미디어오늘>에 해야 할지 <미디어스>에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전화 주셔서 고맙다. (웃음)
 
미디어스: 제목에만 문제를 느꼈고 기사 내용은 수긍할 만한 것이었나.
 
이경환: 기사 내용에도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 기사 중 내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운동권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후 “그 일로 데모꾼 생활을 접었다”는 서술이 있다. 이건 내가 그 이후엔 전혀 집회를 나가지 않았어야 나올 수 있는 서술이다. 그런데 사실 그 후에도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에도 열심히 나갔고 기륭전자 시위에도 나갔다. 기존 운동권에 대한 문제의식이야 분명히 있지만 이런 서술은 틀린 것이고 사실 왜 이렇게 쓰여졌는지 모르겠다.
 
미디어스: 기사 내용을 보면 정황상 2008년 촛불시위 이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경환: 그렇다. 그런데 그때도 내가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의 입장에 온전히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촛불시민들은 운동권에 대한 혐오 정서와 순수함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가 운동권과 관계가 없는 순수한 시민임을 보여줘야 이명박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거라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까지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그런 문제가 운동권들에 대한 면죄부는 안 된다고 보았다. 80년대의 문제의식을 여전히 고수하면서 관성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그 후 일반적인 NL 운동권의 생각에서 빠져 나와 좀 더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시민들의 생활에 와 닿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당사자 운동을 만들어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만 봐도 내가 청년유니온 활동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시민운동가가 꿈이란 얘기도 나온다. 흐름이 있는 얘기다. 이 인터뷰 기사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이 읽는다면 대략 어떤 결의 말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스: 언론계에서 이 상황을 바라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 서울대를 담당하는 기자는 연차가 높지 않은 이였을 거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특히 중요한 정치현안 기사에 대해서는 제목 선정에 있어 데스크나 편집기자의 입김이 강한 편이다. 취재기자의 의도는 아닐 거라고 봤는데, 혹시 그 후 취재기자와 대화를 해보았나.
 
이경환: 추측한대로, 자신이 붙인 제목이 아니라는 얘기는 들었다. 제목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하였다. 
 
미디어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2008년 이후 “친북 좌파와 결별”했다고 나온다. 그들이 말하는 친북 좌파는 (우리가 그 어법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아마도 구 민주노동당, 현 통합진보당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국민TV>의 <뉴스K>를 보면 자료화면으로 이경환 회장이 2012년에도 통합진보당 대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지적된다. 총선 이후 어느 시점에 탈당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당적이 있나.
 
   
▲ 9일 저녁 '국민TV' '뉴스K' 방송 화면 캡쳐
 
이경환: 2008년 이후 몇 년 동안은 민주노동당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동의는 한다는 차원에서 당비만 내는 식이었다. 통합진보당이 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겼고 대의원이 되었다. 그 후 탈당을 하기는 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꽤 늦게 했다. 의리가 있는 편이었다. (웃음) 13석의 성과를 얻은 총선 이후 비례대표 경선 부정시비가 벌어지고 강기갑 비대위가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을 제명하는데 실패하고 비당권파 의원들이 탈당할 때까지도 나는 탈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당권파를 함께 제어할 수 있는 당원들이 당에 남아 있지 않았고, 이정희 전 의원이 대선후보로 복귀하는 것을 보고 이 당에는 자정능력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당비를 내기도 아까워져서 2012년 가을 즈음에 탈당했다.
 
미디어스: 노동당 측에 따르면 노동당을 후원하는 중이기도 하다고 한다. 노동당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이경환: 노동당의 당직자 선배 하나가 비싼 술을 사서 적어도 그 술값을 갚을 때까지는 후원을 하려고 한다. (웃음) 나는 노동당의 정강정책에 동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진보정당에 관심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지정당이 없는 상태다. 
 
   
▲ 9일 저녁 '국민TV' '뉴스K' 방송 화면 캡쳐
 
미디어스: <조선일보> 기사 제목의 논리에 따르면, ‘친북좌파’=‘데모꾼’=‘운동권’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 청년유니온 활동을 하신 것으로 나오는데, 청년유니온 역시 일종의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경환: 그렇다. 청년유니온은 사회운동이며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기사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디어스: ‘디테일’ 선본의 정파적 성격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아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더라. ‘비권’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경환: 선본의 정파적 성격은 나도 대답하기가 힘들다. (웃음) 선본의 홍보문건에 ‘비권’이란 단어가 쓰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학내 정파 족보에 포함되는 조직에서 나온 선본이 아니고, 최근 정치현안에 대한 서술이 없으니까 자연스레 ‘비권’으로 분류가 되었다. 학내 토론회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약을 나열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고, 총학생회에서 정치사업을 배제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스: 2010년에도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다고 들었다. 그때에도 비슷한 흐름의 문제의식과 공약을 가졌던 건가.
 
이경환: 말 그대로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준비가 덜 되어서, 공약도 세밀하지 못했고 홍보물의 질도 열악했다. 이번엔 자취생 길라잡이 책자 발간, 불량 원룸 블랙리스트 작성, 학생식당  메뉴공모전 등의 공약이 이슈가 되었는데, 생활밀착형 운동을 하자는 최근의 고민을 학생 사회안에서 실행해 보자는 문제의식이 있다.
 
미디어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이경환: 다른 언론에선 일종의 '인간승리' 스토리로 보도와 제목이 뽑혔는데, <조선일보>만 유별났다. 운동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 정도인데 나쁜 짓하다가 세상의 쓴 맛을 보고 돌아온 녀석이라는 식으로 나왔다. 사실 인터뷰 하면서도 <노동운동에 대한 새로운 고민 모색>과 같은 제목이 나올 거라고는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니까, <기존 운동에 대한 비판 의식 충만> 정도의 톤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안이한 생각이었고, 언론대응을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선일보>는 나의 기대보다 훨씬 영리하고 영악한 신문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덕분에 언론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여기저기 연락을 받았다. 학생회가 막 시작되었는데 언론사들과 연락처를 다 텄다. 문제의 그 인터뷰 기사를 포털 메인화면에서 밀어낼 정도의 보도가 나왔다. 그런 점에선 전화위복인 것 같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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