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새로운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가 방송되었다. 반응은 파일럿 프로그램임이 무색할 정도로 호평 일색이다. 시간이 지나면 수요일 밤의 제왕이 될 가능성이 벌써 보인다. 유재석의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나는 남자다>에 대한 반응은 확실히 기대 이상이다.

<나는 남자가>가 기존 토크쇼와 다른 특징은 남자들로만 구성된 엠씨와 패널, 남자들로만 구성된 방청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특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남자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남자 MC들을 구성했다. 특히 장동민은 가장 적절한 캐스팅으로 보이는데, 그의 고함치고 지르는 스타일의 개그는 남자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는 형태이다. MC뿐만 아니라, 코너 구성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고유진을 게스트로 정한 것, 그리고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화면에 띄운 것을 보면, 남자들의 떼창이 이미 철저히 계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남자들이 어떤 것을 즐거워하는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했다는 증거다.

마지막으로 수지가 나온 것은 <나는 남자다>가 준비한 히든카드 같은 것이었겠지만, 사실 코너 자체의 재미는 덜했다. 그러나 수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열광적인 현장 반응을 만들어 냈고, 그 반응이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된 것만은 분명하다. '여성 게스트'와 함께하는 코너만 보강된다면, <나는 남자다>는 남자의 이야기와 쇼가 어우러진 독특한 방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남자다>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는 부분은 바로 현장의 열광적인 반응이다. 그것이 학교의 '선배'를 만나서인지, '고우진'의 노래를 불러서인지, 혹은 '수지'를 봤기 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자들만이 방청객으로 모여 있는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남자들의 열광적이고 격렬한 반응이다. 이 반응이 제대로 살아나야 방송의 재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유재석의 진행은 훌륭했다. 이미 '해피투게더'에서 일반인과 함께 토크쇼를 진행해본 경험을 지니고 있고, '트루맨쇼'에서 어떤 남자 이야기가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파악했기에, 유재석의 진행은 물 흐르듯이 흘러갔고 현장의 반응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나는 남자다>는 파일럿이지만 상당히 잘 준비된 방송이었다. 그리고 새로웠다. 당연히 <나는 남자다>는 정규 편성이 될 것이다. 유재석이 만드는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