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재철 비판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김재철을 풍자했다는 이유 등으로 자사 직원에게 정직처분을 내린 MBC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진창수)는 4일 MBC가 이용주 기자에 2차례 내린 정직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용주 기자는 지난해 1월 3일 MBC 보도국 내부 전산망 게시판에 ‘김재철의 MBC’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용주 기자는 해당 글에서 “무엇보다 공영방송 MBC의 사장을 사내외적으로 참칭하는 ‘김재철’ 당신을 내보내는 게 미래전략의 핵심”이라며 “당신이 MBC를 나가는 게 1등의 발판, 경쟁력 제고의 출발”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리고 당신 밑에서 기생하는 이진숙, 권재홍 그리고 보도국의 영혼 없는 부역자들… 이 잔재를 없애는 게 MBC의 미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MBC는 2월 26일 “임원 및 보도국 직원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글을 게시함으로써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했고, 3월 12일 “원고가 최근 3년 이내 3년 이상 최하등급인 R등급의 개인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및 교육 2개월을 추가했다.

재판부는 '△MBC가 2012년 상반기 업적평가를 할 때 원고의 파업 참여를 주된 이유로 이용주 기자에게 R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쟁의행위 과정에서의 노무제공 해태 또는 거부를 업무수행 평가사유로 고려해 그 결과를 새로운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이중징계에 해당하거나 적법한 쟁의행위일 경우 간접적으로 근로자 쟁의권을 제한한다는 점 △파업 종료 후 이루어진 수차례 전보발령으로 원고(이용주 기자)에게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따른 적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평가결과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 3가지 이유를 들어 ‘정직 처분’이 무효하다고 판시했다.

MBC는 잦은 인사발령으로 이용주 기자의 소속 부서를 6개월 새 3번이나 바꾸었다. 2012년 파업 전 보도국 정치부 소속이었던 이용주 기자는 파업 직후인 2012년 7월 18일 인사에서 보도국 중부권취재센터로 발령이 났고, 3개월 후인 10월 12일에 스포츠국 스포츠취재부로 옮겨갔다.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1월 2일, 미래전략실 전보 인사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따른 적정하고 합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풍자’ 방송한 안혜란 PD도 정직 ‘무효’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는 같은 날(4일) 안혜란 PD에게 내려진 정직도 ‘무효’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MBC)가 2013년 6월 24일 원고(안혜란 PD)에 대하여 한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MBC)는 이 사건의 대화 내용이 김재철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만,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 이 사건 대화 중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며 “원고(안혜란 PD)가 피고(MBC)의 방송강령 등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징계의 사유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안혜란 PD는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이었던 지난해 4월 1일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MB님과 함께 하는 대충 노래교실’이라는 코너를 방송했다.

▲ 2014년 4월 1일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방송 일부

MBC는 해당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는 출연자와 DJ 최양락이 나눈 대화를 문제 삼아 지난해 5월 31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MBC가 밝힌 징계 사유는 “<대충 노래교실> 코너에서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들을(MBC 전임 최고경영자의 거취에 대해 편향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함) 사실인 듯 단정해 방송해, 방송강령 및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안혜란 PD는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고 MBC는 6월 24일 정직 6개월의 징계를 3개월로 감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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