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마다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지만, 그 어느 곳보다 'YG'가 가진 색깔은 뚜렷하다. 힙합을 바탕으로 성장한 이 기획사는 힙합을 포장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그 어느 곳보다 잘 체화시키고 있다. 이걸 허세라고 볼 수도 있고 허풍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스웨그'라고 통칭하고 있다. 'YG'는 스웨그를 가장 잘 구현한 기획사이다.

'악동뮤지션'에게 이 스웨그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몽골에서 온 풋풋한 아이들에게, '다리 꼰' 모습 하나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어낸 이들에게, 누구보다 청량하고 깨끗한 목소리를 지닌 이들에게 '스웨그'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일 거라는 예상은 할 수 있다. 잔뜩 허세 부리면서 '내 다리 점점 저려오고 피가 안 통하는 이 기분' 같은 가사를 읊조릴 수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악동뮤지션'과 'YG'는 서로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었다.

<악동뮤지션>의 신보는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해소한다. 티저에서 보여준 것처럼 <악동뮤지션>은 기존의 'YG' 가수들이 보여준 스웨그는 쏙 빼고, 악동에 어울리는 순수와 자연스러움을 컨셉으로 잡고 나왔고, 음악은 그 컨셉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YG'가 <악동뮤지션>에게 어울리는 컨셉을 충실히 구현한 것이다. 앨범에 사용된 폰트와 초록색 바탕의 앨범 색, 싱그러운 200%의 뮤비까지, 'YG'는 특유의 스웨그를 버리고 뮤지션의 음악에 충실했다. 덕분에 <악동뮤지션>은 자신의 음악을 더욱 훌륭하게 해냈고, 'YG'는 프로듀싱의 폭을 더욱 넓히면서 다양한 색을 지닌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획사임을 증명했다.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YG'에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찬혁이 만든 멜로디는 여전하고, 특히 허를 찌르는 가사들은 발군이다. '가르마'나 '지하철에서', '인공잔디', '얼음들' 같은 곡들이 담아낸 함의는 시적이면서 동시에 직설적이고 중의적이다. '얼음들'은 '어른들'로 들리고 '인공잔디'는 화려한 모습이 아닌 '진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을 한다. '지하철에서'는 우리네 일상을 지하철의 모습으로 치환해 표현한다. 이 재기발랄하면서도 속이 꽉 찬 가사들은 스웨그보다는 깊이 있는 풋풋함을 그려낸다.

또한 찬혁의 랩과 수현의 보컬의 확연한 성장은 귀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오디션에서 찬혁의 랩은 가사를 표현하기 위해 박자를 쪼개고, 덕분에 발음이 뭉개지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새로운 앨범에서 그런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사와 박자는 함께 어우러지고 랩을 표현하는 목소리는 조금 더 다양해졌다. 이 부분에서는 'YG'로부터 약간의 '스웨그'를 받은 것처럼 보이는데, 확실히 랩 자체가 풍성해졌다. 그의 솔로 랩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다.

수현의 노래가 성장한 것은 특히 더 반가운 일이다. 그 청량한 목소리는 여전하며 표현법은 굉장히 풍성해졌다. '200%'와 '얼음들'을 들어보면 그녀의 보컬이 표현할 수 있는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알 수 있다. 노래 한 곡은 물론이거니와 앨범 하나도 혼자의 힘으로 구성해 나갈 수 있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는 기존 'YG'의 가수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기 때문에, 'YG'내에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악동뮤지션>의 신보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YG' 때문이다. 그런데 시너지가 발생했다. 음악은 훌륭하고, 이들의 성장도 반갑다. 게다가 흔치 않은 혼성 듀오다. 이들의 데뷔가 너무나 반갑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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