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1일 박지원 의원을 통해 "2000년 통합 방송법 제정 당시 KBS 사장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임기 보장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청와대의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 주최 긴급토론회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에서 "이번에 김 전 대통령의 휴가지를 찾아 당시 상황을 구술받은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 21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 주최로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평가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 긴급토론회가 열렸다ⓒ여의도통신

또 2000년 통합 방송법 제정 당시 문화부 장관을 지낸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임면권' 아래서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적 영향력을 받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면서 "당시 방송개혁위원장이었던 강원룡 목사의 건의('임면'을 '임명'으로 바꾸는 내용)를 받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대중 정부는 방송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해 1998년 12월부터 1년간 새 방송법 제정을 위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방송개혁위원회'를 운영, 한국방송공사법 등을 포괄하는 통합 방송법(안)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2000년 통합 방송법을 대표발의한 신기남 전 의원(당시 여당 측 문광위 간사)도 참석해 "당시 대통령에게 면직권이 있으면 임기제가 소용없다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많았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찬성해 통과된 것이다"면서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조항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지난 2000년 방송개혁위원회 실행위원을 맡았던 이효성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도 토론자로 나와 "당시 방개위가 KBS를 비롯한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밤새 진행한 논의와 법안들의 기록이 남아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에 대한 위법성을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