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영향이 큰 현대 사회에서 시청률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의 동맥이라고 볼 수 있는 돈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민의 여론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시청률 꼴찌를 했다. 위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한도전>의 시청률과 위기설은 지금까지 수십 번 반복됐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일도 아니고 놀랍지도 않다. 그렇기에 <무한도전>의 시청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공허하다. 시청률 꼴찌인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방송 중의 하나이다. 시청률만 가지고 무한도전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의미 없는 일임이 증명됐다. 즉, <무한도전>에 있어서 시청률은 그저 의미 없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어째서 시청률이 의미 없는 숫자에 지나지 않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이 변했고, TV 시청방식도 변했다. 이제는 방송을 TV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일단 이것만 가지고도 지금까지의 시청률이 가졌던 공고한 존재감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20~40대들이 시청률에 제대로 집계되고 있지 않는 점은 더욱 문제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다시 네트워크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거나 의견을 피력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다른 이들에 비해 큰데 이 또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시청률이 실제와 다를 때, 발생하는 문제는 상당하다. 일단 여론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선호하는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예능이 아닌 기타 사회 정치 문화에 관련된 방송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대중의 기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역으로 대중의 기호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며, 이 여론의 왜곡은 한국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산업에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홍보가 엄청나게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된 시청률이 없다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를 헛된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을 바탕으로 적절한 예산을 투자해 광고하겠지만, 부정확한 시청률은 이 같은 투자가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광고홍보의 투자 대비 효과가 낮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광고효과의 하락, 광고시장의 위축, 결론적으로 방송시장의 위축을 점진적으로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방송 측에서는 어떻게든 광고를 따오기 위해 기업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많이 들어줄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다시 또 방송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과도한 PPL로 몸살을 앓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즉, 부정확한 시청률은 여론을 왜곡하고 시장을 교란하며, 이는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에 맞는 타당성 있는 시청률 조사방법을 빠르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시청률의 하락을 프로그램의 진짜 위기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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