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영향이 큰 현대 사회에서 시청률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의 동맥이라고 볼 수 있는 돈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민의 여론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시청률 꼴찌를 했다. 위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한도전>의 시청률과 위기설은 지금까지 수십 번 반복됐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일도 아니고 놀랍지도 않다. 그렇기에 <무한도전>의 시청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공허하다. 시청률 꼴찌인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방송 중의 하나이다. 시청률만 가지고 무한도전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의미 없는 일임이 증명됐다. 즉, <무한도전>에 있어서 시청률은 그저 의미 없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시청률이 실제와 다를 때, 발생하는 문제는 상당하다. 일단 여론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선호하는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예능이 아닌 기타 사회 정치 문화에 관련된 방송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대중의 기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역으로 대중의 기호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며, 이 여론의 왜곡은 한국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산업에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홍보가 엄청나게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된 시청률이 없다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를 헛된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을 바탕으로 적절한 예산을 투자해 광고하겠지만, 부정확한 시청률은 이 같은 투자가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광고홍보의 투자 대비 효과가 낮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광고효과의 하락, 광고시장의 위축, 결론적으로 방송시장의 위축을 점진적으로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방송 측에서는 어떻게든 광고를 따오기 위해 기업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많이 들어줄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다시 또 방송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과도한 PPL로 몸살을 앓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즉, 부정확한 시청률은 여론을 왜곡하고 시장을 교란하며, 이는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에 맞는 타당성 있는 시청률 조사방법을 빠르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시청률의 하락을 프로그램의 진짜 위기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