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오늘)이면 2기 방통위의 임기가 종료된다. 1기 방통위가 ‘종편 승인’을 임무로 부여받아 조중동매에게 방송을 안겨줬다면, 2기의 가장 큰 임무는 종편의 ‘재승인’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결국, TV조선, JTBC, 채널A는 모두 기준점 650점을 넘기며 재승인에 성공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재승인에 앞서 “시장상황을 봐서 종편은 1~2개면 족하다”고 이야기해왔지만 빈말이 되고 말았다.

1기만큼이나 좌충우돌이 컸던 방통위 2기였다. 2011년 3월, 방통위 2기는 최시중 전 위원장이 열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1년 여 만에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 및 금품 수수의혹에 따라 ‘불명예’ 퇴진했다. 이계철 위원장이 후임으로 들어왔으나, 이 위원장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사퇴했다. 그리고 방통위 2기의 마지막은 대표적 ‘친박’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이 맡았다. 권력의 부침, 정권의 필요에 따른 잦은 위원장의 교체로 인한 ‘공백’은 2기 방통위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 방통위 2기 최시중 전 위원장과 이계철 전 위원장, 이경재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기 최시중·이계철·이경재 방통위체제…합의제 정신은 어디로?

1기 방통위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은 ‘독임제 운영’이었다. 하지만 2기 방통위 역시 ‘합의제’ 기구로서의 위상은 전혀 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또 노골화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2기 방통위는 △종편사 승인장 교부, △창원·진주MBC 통폐합 의결, △700MHz 통신용 40MHz 할당, △KBS 수신료 인상안, △종편 미디어렙 허가, △종편 재승인 등 정치적 민감한 정책 결정에서 매 순간마다 정부여당 추천 3인이 의결을 강행하는 태도를 보였다. 여야 추천 방통위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위원장의 ‘중재’, ‘합의’ 노력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 추천 위원들은 ‘기권’, ‘퇴장’, ‘반대’ 외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 자주 놓였다. 실제, 종편 선정에 반대했던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종편사업자에 승인장을 교부할 때에는 기권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졌으며, 창원·진주MBC 통폐합 의결과 종편 재승인 의결에 앞서서는 퇴장했다.

그러나 해당 안건들에 대해 야당 추천 위원들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 것은 아니다. KBS 수신료 인상 건의 경우 처리에 앞서, KBS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고 연간 2100억 원의 광고를 축소할 때 연계판매를 하고 있는 중소방송사의 경영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등 미디어렙 체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수신료 인상에 따른 광고시장 등 영향평가>를 요구했었지만, ‘묵살’당했다.

창원·진주MBC 통폐합 안건 처리 당시에는 여야 추천 방통위원들이 어느 정도 의결을 위한 합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기간,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사퇴’로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을 압박했고 과정상의 합의는 무용지물이 됐다. 당시에도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국회 <미디어렙법> 제정 이후로 의결을 미루자는 중재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있었던 종편 재승인 의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종편3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의결할 수 없다며 재심사를 요구했다. 방통위의 심의의결을 위한 기초적인 ‘심사채점표’ 자료 요구가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 야당 추천 위원들의 주장에 논리적 적합성이 있던 상황이었지만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의결을 강행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은 방통위가 사실상 ‘합의제’ 기구로 운영되는 취지에서 완전히 탈각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관해서 정부 여당 추천 위원들은 단 한 발도 양보하지 않았고, 늘 ‘3대2 표결로 이길 수 있다’는 고자세를 유지해갔다. 방통위원장 역시 중립적 견지나 포용의 정신보다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시켜가는 자세로 일관했다.

물론, 3대2라는 한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너무 무기력했다는 평가도 있다. 언론계와의 소통 그리고 방통위의 의사 결정에 앞서 이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해가는 역할이 실종되며 3대2 구도에 스스로 갇혔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언론계 일각에서는 종편 재승인 과정에서 15명의 심사위원 중 야당추천 몫이 3명이라는 사실이 조금 더 빨리 공개되고 시민사회와 공동대응을 했더라면 결과적으로는 재승인되더라도 많은 ‘기록’과 ‘투쟁’의 의의를 남겨둘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 3월 19일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야당 추천 방통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정부여당 추천3인이 종편 재승인을 의결하고 있다ⓒ미디어스
방통위 2기…첫째 목표인 방송 공정성은 어디로?

방통위의 주요 임무는 법상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인다’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통위가 방송의 공정성을 높이기보다는 훼손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그만큼 2기 방통위의 방송관련 정책은 ‘종편에 대한 무한특혜’와 ‘공정성 훼손된 공영방송의 유지’로 정리할 수 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2기 방통위에서 연임하면서 “정부가 봤을 때 종합편성채널은 아기다. 걸음마할 때까지는 보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기조에서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종편에 황금채널을 선물했다. 또, 적자가 나는 방송사라고 할지라도 최소한의 공적책임으로 납부해야할 방송통신발전기금 마저 유예해줬다. 종편을 ‘걸음마 아기’로 보는 정부의 시각은 위원장이 바뀌어서도 계속 유지되었고, 이번 재승인 과정에서도 종편의 사악한 잘못들을 방어하는 ‘절대 논리’로 작동했다.

두 번째로 방통위원장직을 이어받은 이계철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있어 ‘사실상 방통위 해체’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찬성한 인물로 남았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ICT 분야에 있어서 (세계)1등으로 갈 수 있는 안”이라며 “케이블이나 IPTV 등은 보도기능이 없다. 독임제 부처로 가더라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 의원들로부터 방통위 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계철 위원장의 이 발언은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의 최소 형식을 스스로 반납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경재 방통위원장 체제로 넘어오면서, 이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스스로를 ‘해직언론인’으로 규정해, 일말의 기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YTN·MBC 등 ‘해직언론인’ 복직과 관련해 이경재 위원장은 시종일관 “회사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 “해직언론인 복직과 방송사 공정성 문제는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개입’ 원칙만을 고수했다. 또, 국민대통합위원회 산하에 방송사·방통위·언론노조·정치권 4자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발족하자는 제안을 거부하며 소관기관으로서 중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한 이경재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국경없는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지난해보다 후퇴한 57위로 발표하자 이를 전면 부인하며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는 나쁜 위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종편은 1~2개가 적절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TV조선과 채널A, JTBC 재승인을 의결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유사보도’ 문제를 들고 나온 것 또한 논란이 컸다. 방통위는 CBS 등 종교방송 아침 시사프로그램과 RTV의 <뉴스타파>, <GO발뉴스> 등을 유사보도로 지정하기도 했고, 그에 대한 방송사들의 자체검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tvN <쿨까당>, <최일구의 끝장토론>, <SNL코리아> 등의 경우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되거나 정치풍자 패러디가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 위원장은 <미디어렙법>과 관련해 ‘1공영1민영’을 주장했지만 종편에 대해서는 ‘1사1렙’을 허가해주기도 했다.

방통위 2기…통신정책·이용자 보호 업무는 잘했나?

방통위 2기는 ‘통신’ 관련 정책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통신비 인하TF>를 운영했고 그 결과, 방통위는 기본료 1000원을 인하해주는 안을 채택했다. 아직까지도 인터넷에서는 ‘껌 값 인하’라는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생색내기’ 정책이었다.

통신비의 근본적 인하를 위해 더 본질적이었던 것은 당시 참여연대 등이 주장했던 ‘통신 원가 공개였지만, 이에 대해 오히려 방통위는 ‘비공개’를 결정하고 통신3사와 함께 소송에 동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후 정책을 이관 받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소송을 취하하긴 했지만 ‘통신원가’ 공개 논란은 통신3사가 이후 소송을 이어가며 여전히 끝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 지난 13일 열린 이동통신 영업정지 철회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소매상이 '27만원 보조금 규제 철폐' 펼침막을 들고 있다. ⓒ미디어스
방통위의 통신 정책 가운데 가장 ‘무능’했던 것은 그래도 역시 통신3사의 차별적 불법 보조금 지급에 대한 대처를 꼽아야 할 것이다. 방통위원들조차 “능욕당했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2기 방통위는 통신3사에 대해 6차례의 행정처분(과징금과 영업정지)을 내렸지만, 문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통신사들은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방통위 역시 두려움을 주기 힘든 하나마나한 징계로 사실상 ‘짬짜미’를 해왔다. 방통위의 무능은 단순히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남은 ‘규제 권한’인 불법 보조금 문제에 있어 의제를 전혀 선점하지 못했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대통령의 발언과 미래부의 이통사 영업정지 이후 보조금 문제는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런 상황은 충분히 방통위가 주도할 수 있던 상황이다. 방통위는 27만원 보조금 상한선의 실효성 문제뿐만 아니라 보조금에 대한 제재가 ‘이용자 차별에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의제화하지 못했다.

이는 방통위 2기가 1기에 이어 ‘통신 사업자’에 대한 애정이 변함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 의결에 따라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생기는 700MHz의 유휴주파수 108MHz 폭에 대해 40MHz를 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방송 등 차세대 방송기술 도입을 위해 700MHz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이후에도 2기 방통위는 이에 대해 어떠한 명확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방송사들은 오는 4월 UHD방송 상용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이제 겨우 700MHz 주파수를 통해 UHD 실험방송을 하게 된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업무가 분장되면서 방통위가 가져온 ‘개인정보보호’에 대해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논란을 빚은 KT 등에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해준 곳이 방통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원인을 제공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한 방통위가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행법은 본인확인기관이 지정 기준에 적합하지 않게 된 경우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된다”며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두고 정보운동 진영에서는 ‘방통위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아니면 개인정보를 가지고 사업을 벌이는 사업자들을 위해 일하는 곳인지 헷갈린다‘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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