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가진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창민. 그가 가진 초능력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이다. 영화 <스케치>에서 박재정이 연기하는 창민은 사랑하는 여인 수연(고은아 분)에게 초능력을 밝히지 않고 묵묵하게 뒤에서 보살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듬직한 남자다. 알고 보면 박재정은 한류 스타이기도 하다. 박재정이 출연한 드라마를 시청한 일본 팬과 미팅을 가진 지도 어느덧 열한 번이나 된다고 하니 말이다. 박재정이 들려주는 영화 <스케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 창민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해서 캐릭터가 궁금했다. 초능력을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지 연기하는 나 자신이 궁금했다. 촬영 일정이 타이트했다. 두 버전으로 찍으면 편집할 때 고르기가 수월할 거 같아서 창민이 그 나이대의 시각으로 연기하는 버전 하나와, 상대의 마음을 앍는 느낌의 연기 버전 두 개로 찍었다. 촬영 시간이 좀 더 충분했다면 대여섯 가지의 버전으로 찍었을 것 같다.”

- 고은아씨는 노출 장면이 하나였지만 박재정씨는 노출 장면이 둘이나 있다.

“노출은 처음이다. 키스 장면도 다른 드라마에서 많이 해보지 않았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러브신에 대한 부담이 컸다. 처음 노출신은 고은아씨가 연기하는 수연과의 잠자리다. 급작스러운 하룻밤이다. 대사 중에 ‘비 냄새에 취했다’는 대사가 있다. 수연과의 잠자리는 제가 리드한 게 아니라 수연이 리드하는 잠자리였다.

다른 노출신은 전 여자 친구와의 잠자리 장면이다. 이 장면을 수연과의 장면보다 먼저 촬영했다. 상대 배우가 리딩 때 뵌 분도 아니고 촬영 날 아침에 본 배우였는데, 만나자마자 정사신을 찍어서 부담이 컸다.”

- 창민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있다면 누구의 마음을 읽고 싶은가.

“대중을 상대로 연기하고 여러 기자님과 일을 해야 하는 게 배우다.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인터뷰어의 마음을 제일 먼저 읽어보고 싶다. 기자 및 평론가들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본 분들이라 <스케치>를 어떻게 보았을까 궁금하다.”

- 동국대 경영학과 출신 연기자다.

“연기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기를 바라셨다. 그럼에도 연기가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뜻을 거역하지 않으면서 연기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동국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고 연기 공부는 알아서 해보고 싶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경영학과 관련된 필수과목 이수 외의 나머지 선택과목은 연극영화와 관련된 과목을 이수했다.

경영학과 출신이지만 연영과 관련 수업을 더 많이 들었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네 개 했다. 부모님이 연기하는 걸 반대해서 연기학원을 다니기 위해서는 학원비를 스스로 조달해야 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되돌아보면 당시가 이십대 초반이어서인지 아니면 연기에 대한 꿈이 많을 때여서인지 가장 행복했던 때였던 거 같다.”

- 인간은 희로애락이라는 대표적인 감정이 있다. 연기할 때 유용한 감정이 있다면.

“얼마 전에 <맏이>라는 작품을 마쳤다. 한 작품을 끝내고 다른 작품을 하기 전의 공백기를 얼마나 잘 보내느냐가 다음 연기를 할 때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할 때는 잠을 못 자 힘들다. ‘일주일만 시간이 있었으면’하는 바람이 크다. 촬영을 마치고 난 다음의 일주일은 정말 행복하다.

하지만 다른 작품을 맡기 전까지는 기다림이라는 지루한 시간이 있다. 체력 관리를 위해 산에 가면 어른들이 산에 있는 걸 볼 수 있다. 은퇴한 분들을 보면 ‘다음 작품을 할 때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절로 든다.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배우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정신적인 자극과 더불어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제가 정신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은 팬 미팅을 할 때다.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가득이어서 좋은 기운을 하나 가득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일본 팬 미팅을 11번 정도 가졌다. 도쿄 돔에서 몇 만 명의 팬을 대상으로 성대하게 팬 미팅을 한 건 아니지만, 저를 사랑하는 팬 한 분 한 분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저를 사랑하는 게 감사할 뿐이다. 팬 분들의 눈빛을 보며 자극이 된다. 팬 분들이 주시는 사랑 역시 다음 작품을 할 때 큰 힘이 된다. 팬들을 생각할 때마다 ‘지치면 안 되겠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유이씨와 호흡을 맞췄다.

“유이씨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소중한 파트너였고, 고은아씨는 <스케치>의 중요한 파트너다. 공교롭게도 유이씨와 고은아씨가 동갑이다. 각자 나름의 매력이 있다. 유이씨는 건강미가 넘친다. 자기 일에 철저하다는 승부 근성도 있고 스포츠 정신이 투철하다. 고은아씨는 털털하고 어지간한 남자 배우보다 시원시원하고 성격이 좋다. 그런 매력이 좀 더 대중에게 어필하면 많은 사랑을 받을 거다. 저랑 같이 작업한 파트너들 역시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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