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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스또메르’ 서태화, “세르홉스키는 내게 맞는 캐릭터, 자신감 붙었다”[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4.03.18 14:02

영화를 도와주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촬영을 했는데 영화 한 편으로 ‘빵’하고 뜬 배우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서태화다. <친구>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도 하고 싶은 역을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희열보다 강렬하다고 표현하는 서태화는 <홀스또메르>에서 얼룩빼기 볼품없는 말을 단번에 명마로 알아보는 세르홉스키 공작을 연기하고 있다. 서태화가 이야기하는 <홀스또메르>와 영화 <짓>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 영화 <짓>에서는 아내 몰래 여대생과 관계를 맺고, 연극 <홀스또메르>에서는 명마를 한 눈에 알아보지만 이내 혹사시키는 주인 세르홉스키를 연기한다. 둘 다 나쁜 남자 아닌가.

“<짓>의 동혁은 나쁘게 보면 나쁘다고 할 수 있는 남자다.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남자였다. <홀스또메르>의 세르홉스키는 나쁜 남자라기보다는 불쌍한 남자다. 자기가 잘난 줄로만 알고 젊은 날에 기고만장하다가 많은 재산을 날리고 빚만 잔뜩 지다 마지막에는 알코올중독자로 전락한다. 세르홉스키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캐릭터다. 고전이 주는 힘은 단순함이다. 고전은 숨겨 놓은 이야기 없이 질문을 명쾌하게 던져준다. 관객은 세르홉스키를 통해 미래를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다.”

   
▲ 사진제공 마케팅컴퍼니 아침
- 그렇다면 서태화 씨는 어떻게 나이 먹고 싶은가.

 “제가 바라는 만큼 나이 먹는 게 최고의 바람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저만의 바람이다. 제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어갔으면 좋겠다.”

- 세르홉스키는 홀스또메르를 한 눈에 명마로 알아본다. 세르홉스키처럼 서태화 씨만의 혜안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홀스또메르를 이상한 말로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세르홉스키만 명마로 알아본다. 나 자신을 믿는 거다. 제가 세르홉스키 역할을 연기하지만 홀스또메르도 된다.”

- 캐릭터는 어떤 방식으로 잡아가나.

“세르홉스키 같은 인물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주위만 보더라도 잘 나가다가 무너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어떡하면 관객이 세르홉스키를 보며 연민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2막에 <홀스또메르>의 주제가 드러난다. 2막에서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1막에서 도도하게 보여야 한다. 소리치며 대사를 해야 하고, 무대 의상이 두껍다. 이 때문에 한 번 공연하면 땀으로 목욕을 한다.”

- <서태화의 누들샵>이나 <올리브쇼> 같은 케이블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미식가라 외식을 많이 했다. 성악으로 유학 생활할 때 유학생 신분으로 매일 음식을 사먹을 수는 없었다.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었다. 먹으면 먹는 대로 찌는 체질이라 성악 공부할 때 104Kg까지 살이 찐 적도 있다. 살찌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기업에서 프렌차이즈 제의가 왜 안 들어오는지 모르겠다.(웃음)”

- 영화 <친구>가 워낙에 흥행작이라 작품 선정에 어려움이 컸을 것 같다.

“부담이 커서 일 년 동안 작품을 고르지 못했다. <친구> 다음 작품으로 <재밌는 영화>를 찍었는데 망했다.”

   
▲ 사진제공 마케팅컴퍼니 아침
- 작품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전에는 대본을 받으면 출연하는 분량이 얼마나 되는가부터 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대본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 있나를 보게 된다. 전체적인 완성도와 재미가 있으면 작품을 선택한다.”

- 공연과 영화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대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배우가 펄떡펄떡 뛰어다녀서 현실로 느껴진다. 무대 위 연극은 관객에게 비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형식의 연기를 해야 한다. 반면 스크린은 평면이다. 하지만 현실로 느껴야 관객은 공감대를 느끼고 스크린 속 배우와 호흡할 수 있다.

스크린이나 드라마 연기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드라마와 연극은 매커니즘의 차이만 있다. 다만 방송은 연습이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실수해도 다시 촬영하면 된다. 공연은 연습 시간이 충분하다. 몇 달 동안 연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대신에 무대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

- 이번 공연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게 있다면.

“이십 년 동안 연기 생활을 했다. 저에게 맞는 캐릭터로 섭외가 들어온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캐릭터와 맞으니 무대에서 자신감이 커질 수 있었다. 자신감이 붙으니 무대에서 제 에너지를 마음껏 뿜을 수 있는 공연이었다.”

- <짓>에서 함께 공연한 서은아 씨가 대종상 신인상을 받았다.

“연기로만 보면 당연히 후보에 올라갈 법 하다고 생각했지만 작은 영화라 혹시나 했다. 다행히 은아가 수상해서 장르에 대한 오해를 벗을 수 있었다. <짓>은 에로영화로 많이들 보았는데 사실 에로가 아니다. 치정 멜로극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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