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 처음 갔던 그날을 여전히 기억한다. 원래는 잠시 거쳐 가려고 했던 그곳에서 발견한 가우디 건축물은 나를 그대로 바르셀로나에 묶어 버렸다. 그때 느낀 그 환희와 놀라움, 경이는 스페인 여행 일정 전부를 오직 바르셀로나에 쏟아 붓도록 만들었다.
<꽃보다 할배>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할배'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단 여행이 주는 경이와 설렘을 화면을 통해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해주는 제작진의 공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가우디'를 전달할 때의 그 화면과 편집과 구성과 자막들은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느꼈던 경이를 충분히 전달해줬고, 때론 그 이상의 느낌을 건넸다.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에서 '가우디'를 설명할 때의 그 연출은 어째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훌륭한 '연출자'가 필요하며 동시에 뛰어난 '작가'가 필요한지를 증명한 장면이었다. 가우디를 다루면서, 건물의 역사를 다루고, 가우디의 역사를 다루며, 종국에는 가우디의 정신이었던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한다. 이런 연출을 통해 <꽃보다 할배>는 교육적이면서도 동시에 진실했고, 여행을 직접 갔을 때 느낄 감동 이상의 것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대한민국은 예능의 천국이다. 그 수많은 예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이들이 '스타'를 섭외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아 오래 사랑받는 예능은 유행을 좇아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복제품 예능이 아니라 제작진의 고민이 들어간 독창적인 예능이다. 그것을 지금 <꽃보다 할배>가 증명하는 중이다. 좋은 연출자와 작가는 진짜 여행으로 가득 찬 여행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냈으며, 앞으로도 계속 만들 예정인 것 같다. 이들의 여행기가 계속해서 시청자를 설레게 할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