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들어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과 관련한 법적 공방이 본격화되면서 KBS 사태가 또 한 번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가 후임사장 공모를 전격 진행중인 가운데, 정연주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집행정지 신청' 등에 대한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정 전 사장의 사장직이 유지됨에 따라, 법원의 심리 일정과 KBS 이사회의 신임 사장 제청 일정 등이 맞물려 복잡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게 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정형식)는 오늘(18일) 오후 2시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집행정지 신청'관련 비공개 심문을 진행했다. 또 오는 19일에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KBS 이사회에 대한 '해임제청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심리를 연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법원은 KBS 사장 해임 처분으로 인해 정 전 사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어 이를 긴급히 예방해야 하는지와, 해임 효력을 정지시키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주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부지법의 이사회 행위 관련 '가처분 신청' 건에서는 해임제청 결의의 절차적 문제도 심리하게 된다.

오늘 집행정지 신청 심문에는 정연주씨 쪽 대리인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인 백승헌 변호사 등의 변호인단이, 대통령 쪽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바른의 강훈 변호사 등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 정지 및 가처분 결정은 본안 소송에 들어가기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혹은 위법행위의 진행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대부분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 게 관례여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집행정지' 혹은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일단 해임의 효력이 정지된다. 따라서 정 전 사장은 본안 소송인 '해임 무효 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KBS 사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어지는 '해임무효 소송'에서는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는지 등 법적 쟁점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 KBS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모 팝업창
만일 법원이 이번주 안에 해임 '집행 정지' 및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리면, 현재 KBS 이사회가 진행 중인 후임사장 공모절차가 중단될 수도 있다. KBS 이사회의 후임 임명 절차의 근거가 되는 '사장의 결원'(방송법 제47조, 50조 등) 상황이 아닌 사장이 '존재'하는 상황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KBS 이사회가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후임사장 인선을 서둘러 강행할 경우, KBS에 2명의 사장이 생기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KBS 이사회는 오는 20일까지 후임 사장 후보자를 공개모집해 서류심사 후 면접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19일 남부지법에서 심리가 열리는 '효력정지' 건은 사장 해임을 제청한 것에 대해 해임 제청 행위뿐 아니라 결의를 집행하는 것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어서, 법원이 둘 중 하나만 받아들일 경우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게 된다.

물론 법원이 정 전 사장의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면 후임 사장 후보자에 대한 제청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본안 소송이 남아 있어, 사장 해임과 선임을 둘러싼 KBS 사태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이 사태가 '정치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해 본안 소송 자체를 각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정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과 관련, 감사원에 대해 △해임요구처분 무효소송 △해임요구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이사회를 상대로 △해임제청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해임 무효소송 △해임 집행정지 신청을 낸 상태다. 감사원 관련 행정소송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정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의 세무 관련 배임 혐의만 수사하고 있고, 법원 소송은 이사회 및 대통령의 해임 관련 권한의 위법성 여부를 다루는 것이어서 별도의 사안이라는 게 정 전 사장 변호인단의 판단이다. 검찰은 오는 20일을 전후해 정 전 사장을 기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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