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을 설명하려면 '국민MC', '배려의 신', '깐죽', '매너' 등에 대해서 언급해야 한다. 이는 가장 많이 알려졌고, 가장 흔하게 소비되고 있는 유재석의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독기'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재석의 행보를 살펴보면 '방송'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독한 인물이 바로 유재석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위해 담배를 끊는 것만 봐도 유재석의 독기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유재석이 프로그램을 성공시켜온 과정을 통해서도 그의 독기를 파악할 수 있다. 그가 하는 <해피투게더>는 2001년부터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을 2003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해왔다.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유재석의 <해피투게더>는 계속해서 컨셉을 바꾸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무한도전> 또한 유재석이 오랫동안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역시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번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통해 결국 대한민국 예능의 레전드가 될 수 있었다. <놀러와>도 계속해서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했고, 2012년에 종영되기 전까지 무려 8년을 인기리에 방송됐다. 타 방송보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런닝맨>과 <패밀리가 떴다>도 양상은 비슷했다. 처음에는 혹평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프로그램의 컨셉이 안정되고 결국은 큰 사랑을 받았다.

유재석이 맡은 프로그램을 보면 처음에는 혹평이었다가 결국 사랑을 받게 되고, 그러다 위기론이 생기면 다시 또 변화해서 사랑받는 형태로 길게 이어간다. 유재석이 있는 프로그램의 일정한 성공패턴이다. 이 패턴에 유재석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유재석이 '회의의 신'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같이 여행 가고 싶지 않은 인물 1위로 유재석이 선정된 적이 있는데, 이유가 '가서도 회의할 것 같아서'였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리고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그가 기울이는 노력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 노력이 유재석의 성공패턴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유재석은 프로그램이 사랑받지 못할 경우,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그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성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회의하고 출연진을 압박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졌다. 결국, 그는 프로그램의 성공에 대해서는 지독하리만큼의 집착을 보이고 있고, 그것이 바로 유재석을 성공시키는 '독기'이다. 그의 독기는 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겁 많은 무한도전 멤버를 절벽에서 뛰어내리도록 했을 정도이니, 그 독기 과히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남자다>는 그런 점에서 유재석의 독기가 다시 한 번 드러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꾸준히 위기설이 돌면서도 항상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냈던 <놀러와>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코너가 바로 '트루맨쇼'였다. 그리고 유재석 스타일대로 이 '트루맨쇼'는 <놀러와>에서 멀어졌던 대중의 관심을 다시 끌고 오는 데 성공했으며, <놀러와>의 부활을 이끌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놀러와>가 폐지됐으니, 유재석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트루맨쇼'는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최근 가장 뜨거운 예능인 <마녀사냥>의 원조 격인 방송이었다. 남성 중심의 이야기와 성적인 이야기가 소비될 것이라는 정확한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도 했다. 꽤 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놀러와>의 부활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가 빛을 못 보고 갑자기 사라졌을 때의 안타까움은 어떻게든 방송을 살리고 이어 나가는 데 집착하는 유재석으로선 꽤 컸을 것이다.

이런 그의 아쉬움이 결국 <나는 남자다>라는 프로그램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재석의 독기다. '트루맨쇼'의 아쉬움을 성공으로 치환하겠다는 그의 집착이기도 하다. 그는 방송에 있어서만큼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다. 공들여 만들어 낸 컨셉을 제대로 성공시키겠다는 결의다. 그러므로 <나는 남자다>는 유재석의 집착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무척이나 행복한.

결과적으로 <나는 남자다>는 또 성공할 것이다. 유재석의 프로그램이 그랬듯이 위기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얼토당토않은 프로그램 폐지가 있지 않은 한, 그는 이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유재석의 성공방식은 지금까지 한결같았고,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 <나는 남자다>는 성공할 것이다. 다만 유일한 의문점은 그 시기가 언제이냐 하는 것뿐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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