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코 붕괴가 예상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너무 안이한 생각”

KBS수신료 인상(월4000원·연간2100억 원 광고축소)안이 정부여당 인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KBS이사회에서 7대0로 통과한 인상안은 지난달 말 방통위 의결까지 거쳤다. 이제 국회의 승인 절차만 남겨놓은 셈이다. 하지만 KBS2의 광고 축소와 폐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 지난 28일 방통위 야당 추천 위원들은 2TV 광고 축소·폐지는 중소방송사와 공영 미디어렙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방통위는 “수신료 인상이 먼저”, “중소방송사·미디어렙 체제 변화는 이제부터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야권 위원들 영향평가 주장에도 수신료 4000원 의결)

그리고 현 KBS수신료가 인상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예상되는 곳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던 곳은 KBS 광고판매 위탁을 맡고 있는 공영렙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사장 이원창, 이하 코바코)이다. 이에 코바코가 4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많은 기자들이 KBS 2TV 광고축소·폐지에 대한 코바코의 불편한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했다. 그만큼,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바코 이원창 사장은 KBS2의 광고 축소·폐지에 대해 “준비를 완벽하게하고 있어 코바코의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며 “중소방송사에 대한 결합판매 부분도 (축소된 규모에서)소화할 수 있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 3월 4일 오전 11시 30분 코바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원창 사장은 KBS2 광고폐지에 대해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코바코)

코바코 이원창 사장, “KBS2 광고 폐지…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원창 사장의 ‘완벽한 준비’란 새로운 광고판매 영역의 확보 등에 있었다. 이 사장은 “코바코의 광고판매는 지상파 KBS와 MBC를 주로 하지만 스포TV와 같은 실시간 스포츠 채널 등에서 광고 수주를 시작할 것이고 모바일과도 기술융합 양면광고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코바코 이원창 사장(사진=코바코)

이원창 사장은 이어, “특히 해외광고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오늘(4일) 마침 중소기업청이 해외 광고 수행 기업으로 코바코를 선정해줬다. 해외광고로 받는 대행수수료는 25%이다. 국내의 8배 이상(국내 2.5~3%)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나간다면 KBS2 광고축소·폐지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 사장은 코바코 소유 건물의 세금·감가상각비(연간 35억 원)를 관리·운영기관에서 조달하는 방안 등을 코바코의 새로운 수익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답변이 나오자 오히려 기자석에서 “코바코에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기자는 “KBS2 광고폐지는 코바코의 입장에서는 MBC렙이 된다는 의미”라면서 “그러면 모든 미디어렙 시장은 1사1렙 체제가 되는 것이다. 코바코의 붕괴가 예상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KBS2 광고를 빼는 것은 비단 해당 채널만이 아닌 중소방송사를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태풍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창 사장은 “코바코의 주요 광고 판매는 MBC가 될 것이 맞다”면서 “하지만 광고 판매 영역의 칸막이를 없애고 타 매체 광고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설령 KBS2가 2019년 광고를 싣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원확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원창 사장은 “KBS가 광고를 뺀다면, MBC는 다른 지방사보다 훨씬 더 큰 광고를 수주하게 될 것”이라며 “30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코바코가 MBC만으로 광고를 수주한다면 그건 오히려 더 쉬운 일. 종편을 포함한 매체들과의 선의의 경쟁과 광고 총량만 늘어나면 된다”고 밝혔다. 단지, 이원창 사장은 “(KBS2 광고폐지는)2019년으로 5년 후의 일”이라고 끝을 맺었다.

광고판매 수익 ‘반토막’이 아니라, 공영미디어렙 해체가 핵심

코바코는 현재 KBS2와 MBC의 광고를 위탁해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MBC 19개사와 EBS, 경인방송, 경기방송, CBS, 불교방송, 평화방송, 극동방송, 원음방송, YTN라디오, 서울시교통방송본부, 부산영어방송재단, 광고영어방송재단(31개 매체)의 광고판매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KBS의 한 해 광고 판매 규모는 6500억 원으로 해당 광고판매로 인해 코바코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에 160억 원(2.5% 기준)이다. 연간 2100억 원의 광고 축소는 코바코의 입장에서는 한 해 52억5000만원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얘기이다. MBC와 KBS를 업무영역으로 두고 있는 코바코의 입장에서는 광고판매를 통한 수익의 반토막이 날아가 버리는 셈이다.

그 뿐인가. SBS의 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 설립으로 인해 코바코는 예산과 조직규모도 축소됐다. 만일, KBS2 광고가 폐지된다면 같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2012년 SBS 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의 설립과 최근 종편3사에 대한 미디어렙 허가로 인해 이미 미디어렙 시장은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돌입했다. 이 가운데, KBS2광고가 폐지되면 코바코에 남는 영역은 MBC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1사1렙’ 체제가 구축된다는 점이다. 더 이상 코바코가 ‘공영 미디어렙’으로서 중심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코바코는 방통위 소관 공공 기관으로 그의 결정에 반하는 발언은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마저 “아니오”를 외치지 못하는 기관장이라면 과연 직원들의 신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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