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12일 밤 <PD수첩> 광우병 쇠고기 보도에 대해 사과 방송한 것과 관련, 시사교양국PD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사교양국PD 40여명은 1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여의도 경영센터 1층에서 항의 농성을 벌여 경영진의 사과방송 결정을 집중 규탄했다.

이들은 14일 오전 성명을 내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작품에 방송통신심의위의 '시청자 사과 명령'이 경영진의 독단에 의해 도둑방송 됐다"며 "생존을 위해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과 자존을 내버린다면 군사정권하의 치욕스러웠던 과거의 우리 모습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난한 바 있다.

이들은 오전 11시 40분쯤,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일부 경영진이 경영센터를 나갈 때 "사과방송 왠말이냐 국민들이 분노한다" "정권에 굴복한 경영진은 사퇴하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에 엄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경영센터를 빠져나갔다.

▲ 시사교양국PD 40여명이 1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여의도 경영센터 1층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선영
이 자리에 참석한 <PD수첩>의 김보슬 PD는 "현재 우리들의 분노를 담아 할 수 있는 일이 지금 이 것(항의 농성) 밖에 없다"며 사과방송을 결정한 경영진의 행위를 규탄했다.

김보슬PD "굳이 사과방송 결정해야 했던 이유, 경영진에게 듣고 싶어"

김PD는 "구성원들의 반발을 예상했을 것인데 그러면서도 굳이 사과방송을 결정해야 했던 이유를 듣고 싶다"며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PD수첩>의 명예와 언론자유, 이 모든 것들을 버리면서까지 사과방송을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 ⓒ송선영
이어 "이것은 정치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경영진들을 얼마나 믿고, 많이 참고, 기다렸는데 이렇게 배신하냐"고 비난했다. 아울러 "다시 한 번 경영진이 이런 판단을 내린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PD는 검찰의 <PD수첩> 수사와 관련해서도 "수사 자체가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찰이 프로그램에 대해 수사를 운운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취재 원본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며 '부당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8일 오후 6시 30분부터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긴급 조합원 총회를 갖는다.

'방송장악저지, <PD수첩>사수'를 위해 열리는 이번 총회는 사과방송 강행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조합의 행동에 대해 토론·결의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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